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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 이해… 일왕사과엔 한계”/다케시타 일 전총리 본지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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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 이해… 일왕사과엔 한계”/다케시타 일 전총리 본지 회견

입력
1990.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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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은 동반자… 상호협조로 공영을/원폭ㆍ재일동포문제 대화로 풀어야오늘날 일본 정계의 장로이자 최대 실력자를 꼽는다면 단연 다케시타ㆍ노보루(죽하등) 전국무총리이다. 재임 2년여만에 리크루트스캔들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일본 여당인 자민당내 최대파벌의 총수다. 가이후(해부)총리는 임시로 내세운 간판역에 불과하다. 다케시타 전총리는 퇴임후 후쿠다(부전) 전총리에 이어 한일의원연맹 일본측 회장을 맡아 얼마전 서울을 방문,노태우대통령등과 요담을 가진 바 있다. 동경시내 개인사무실에서 일본의 과거청산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봤다.【동경=이성춘논설위원】

­일본이 과거 한국에 대해 저지른 죄과에 대한 청산에 있어 한국민들은 반드시 일본 국왕이 구체적인 표현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천황(다케시타 전총리의 표현)이 나서서 사과하는 데는 헌법상 문제가 있다. 헌법상 천황의 국사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며 또 제한된 범위안에서 할 경우에는 반드시 내각의 승인이 필요하다. 예를들면 매년 연두국회가 개회될 때 천황이 관례적으로 낭독하는 연설(개회사 내용)도 사전에 내각에서 심사,결정한다. 물론 이번 노대통령의 방일때 천황이 나름대로 한일관계에 대한 느낌을 어떻게 밝힐 것인가 하는 것은 추측할 수 없으나 솔직하게 표현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보다 일본의 통치권ㆍ외교권을 갖고 있는 가이후총리가 책임있게 밝힐 것으로 생각한다.

­국제적으로 지도적 국가의 위치에 오른 일본이 우방이라하면서 바로 이웃인 한국에 대한 역사적 죄악과 만행을 적당히 덮어두고 넘어간다는 것은 양국관계는 물론 세계평화와 번영에도 저해되는 일이 아닌가.

▲지난번 본인이 방한때 노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수천년간에 걸친 한일간의 관계에서 대부분 우호관계를 유지ㆍ발전시켜왔으며 불행한 시대는 한 점에 불과할 정도다. 따라서 이번 노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얼룩진 점을 완전히 제거하기를 바란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과거 재무장관(대장상)을 여러차례 역임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느낀 것은 자원은 없고 국토는 좁지만 교육과 문화전통이 높고 오랜 한일 양국은 장차 동반자관계가 돼야만 번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가 뭐라해도 2차대전 전후 모두 일본의 최고통치적 상징은 국왕이다. 현 아키히토(명인)국왕은 부왕과는 달리 전쟁과 침략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오히려 과거에 관여하지 않았던 아키히토국왕이 진심으로 한국과 한국민에게 지난날을 반성,사과해야만 장차 공영의 문을 열 수 있지 않는가.

▲한국정부와 국민들의 바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나자신은 물론 정치인들이 천황에게 이런저런 주문을 할 입장이 아니다. 언제나 가까운 나라사이에는 좋은 일 나쁜일이 있게 마련이지만 우리는 이 어렵고 힘든 문제외에 실질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할린교포의 귀환 재일동포3세 피폭자문제등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내가 총리재임때 제임스ㆍ베이커 미 국무장관과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미국과 일본은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충분한 토론과 의견교환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문제해결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으나 내정간섭만은 결코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한일 양국은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것은 좋으나 내정간섭의 인상을 주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한일의원연맹 일본측 회장이된 만큼 장차 양국간의 숙제해결에 적극 노력할 생각이다. 이제 며칠 안남은 노대통령의 방일전까지 두 나라는 문제해결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부지런히 교환해야 할 것이다.

­일왕이 사과해야만 한다는 한국민의 요구를 내정간섭으로 생각한 모양인데 그렇다면 그것을 한국민이 보내는 아이디어로 알고 실현시켜야 하지 않는가. 과거 양국 수뇌들은 청소년들의 지속적인 상호교환 방문으로 양국간의 감정의 벽이 허물어질 것으로 생각한 적이 있지만 불씨를 덮어둔 채 아무리 많은 교류를 실시한다해도 결코 마음속의 감정과 분노는 사그러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노대통령의 방일이 인사치레에 그친 껍데기 방문에 불과할 경우 오히려 방일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물론 청소년교류가 당장 양국간에 얽힌 일들을 용서하고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진정한 교류는 마음과 마음이 마주칠 수 있게 문을 여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노대통령 정부와 한국국민들에게 과거문제를 마음의 문제로서 이해해나갈 것을 당부하고 싶다.

­일본이 스스로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하면서도 과거 이웃나라에 대한 침략과 약탈등에 대한 책임을 국가적으로 분명히 인정ㆍ사과하지 않고 넘어가려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이해할 수가 없다. 솔직한 사과만이 양국우호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는데….

▲솔직히 말해 일본국민의 일부는 한국이 과거문제에 너무 집착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왜 한국인들은 천황을 통한 사과만을 얘기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것보다 국민적 차원에서 서로가 하나하나 이해하고 바로잡아나가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한일관계는 늘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번영해나가는 게 선결과제다. 따라서 이번 노대통령의 방일이 그같은 계기의 발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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