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깔린 문제… 외교술론 벅차”우리에게 일본은 친구인가,적인가. 한일관계의 파고가 높아질 때마다 떠오르는 「해묵은」 질문이다. 지난 25년간 양국은 이같은 질문의 시험을 숱하게 겪어 왔지만,노태우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벌어지는 요즘의 갈등은 한일관계사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것이기에 또다른 테스트다.
외무부의 김정기아주국장이 23년간 외교관생활중 이번 만큼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고 털어놓는 모습은 그래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엄살」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에게 가장 힘겨운 것은 우리국민의 강한 대일감정과 교섭상대인 일본의 완강한 태도가 빚어내는 파열음이다. 가해와 피해의 생생한 감정이 깔린 문제이기에 외교술의 손이 못미쳐 버리기가 십상이다.
『한일양국은 기본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양국간 불행했던 과거때문에 자칫 감정적으로 대응하기가 쉬운 경향이 있습니다』 그의 이 말은 전문외교관으로서의 적절한 지적이다. 그러나 곧이어 김국장은 『이번 대통령방일을 계기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표명해 감정의 응어리가 풀리기를 기대한다』고 대일 요구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김국장은 동시에 양국이 아ㆍ태의 주역으로 손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 대통령이 우리말로 일본국회에서 연설을 합니다』 다소 상기된 표정의 김국장은 이 연설을 계기로 일본인들의 대한관이 또 한차례 수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왕사과와 가이후일수상의 과거사인식 표명내용이 이번 방일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이라는 점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는 김국장은 『일본측이 우리 국민의 의사를 전적으로 무시하겠느냐』며 실무자답게 조심스러운 기대를 밝혔다.
그간의 협상에서 느껴진 우리측의 위상제고가 김국장의 낙관적 감을 뒷받침하는 듯했다.
이번 방일의 공식수행원이기도 한 김국장은 협상외에 전체실무준비를 지휘하느라 초췌해진 모습을 밝은 표정으로 감췄다.
◇부산. 서울대외교학과. 외무고시1회. 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외무부 동북아2과장 총무과장 주미참사관 주홍콩총영사 국무총리 의전비서관 아주국장 47세.【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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