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동구개혁바람 아주까지…/내핍경제 한계ㆍ서방압력 영향(세계의 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동구개혁바람 아주까지…/내핍경제 한계ㆍ서방압력 영향(세계의 창)

입력
1990.05.21 00:00
0 0

◎베냉ㆍ가봉ㆍ자이레 다당제허용/인종대립등 악조건불구 민주도미노 지속전망동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민주화개혁의 회오리바람이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상륙,세찬 기세로 번져가고 있다.

아프리가의 민주화개혁은 지난 2월 상아해안의 사회주의국가 베냉이 처음으로 다당제를 허용하고 반체제인사를 총리로한 새 내각의 출범을 시작으로 급속히 인접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베냉에 이어 코트디부아르와 가봉이 수십년간 유지해온 일당체제를 청산하고 「권력의 문」을 개방했으며,자이레 탄자니아 잠비아 소말리아 등도 다당제 실시를 선언했다.

남아공의 백인소수정권이 시대착오적인 인종차별정책을 부분적으로 수정하고 흑인의 참정권을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민주화도미노의 한 사례로 규정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민주화는 기본적으로 동구충격의 여파라고 말할수 있지만 동구에서처럼 경제문제가 변화의 동인으로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사하라사막 남부 아프리카국가들은 대부분 70년대이래 경제침체의 늪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이지역국가들의 평균 1인당 국민소득은 3백30달러로 제3세계국가들의 평균(7백50달러)에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또 이지역총인구 4억7천만명의 구매력은 모두 합쳐도 인구 1천만명의 벨기에 보다 크지 않다.

이런 실정에서 이나라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은 80년대이후 차관제공의 조건으로 내핍정책을 강요,아프리카인들의 경제적 고통은 더욱 심화됐다.

베냉과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이러한 극도의 내핍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폭발,반정부 소요사태로 확대되자 정부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민주화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서방차관국들은 동구사태이후 정치 민주화와 차관을 연계,개혁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같은 외부적 요인외에도 민주주의 대한 아프리카인들의 각성을 빼어놓을 수 없다. 비교적 교육수준이 높고 경제사정도 나은 가봉이나 코트디부아르에서 맨먼저 민주화개혁이 시작됐다는 사실은 아프리카에도 민주주의를 위한 토양이 형성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검은 대륙을 더욱 뜨겁게 달구는 민주화 열기를 각국별로 살펴보고 향후 전망을 진단해 본다.

▷베냉◁

72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완고한 사회주의 정책을 펴온 마추ㆍ케레코대통령은 경제난과 관료부패에 항의하는 대학생 시위가 날로 격화되자 지난해 12월 급진적인 개방ㆍ개혁을 약속했다.

케레코대통령은 지난 2월 야당을 합법화시키고 새 헌법제정을 지시했으며 내년 1월 대통령선거를 실시키로 약속했다. 기존내각이 물러나고 전직 반체제 인사가 새 총리가 됐으며,의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축소,상징적 국가원수로 격하시키는 「무혈쿠데타」를 성공시켰다.

이같은 혁명적 변화의 배경에는 베냉을 식민통치했던 프랑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프랑스는 베냉에 이례적으로 많은 원조를 제공했다.

▷가봉◁

아프리카의 대표적 산유국인 가봉은 80년이후 계속된 유가하락으로 경제사정이 나날이 악화되자 지난 2월 내핍정책을 실시,이에 따른 파업과 소요가 벌어졌다.

23년간 일당지배체제를 고수해온 봉고대통령은 국민요구에 굴복,3월 다당제를 약속했으며 6명의 야당인사를 참여시킨 새 내각을 구성했다. 봉고대통령은 또 3년내 대통령 경선을 실시키로 했다.

▷코트디부아르◁

지난 2월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소득세를 대폭 인상하자 대규모 가두시위가 벌어졌으며,경찰의 유혈진압으로 학생 1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유혈사태로 60년 독립이래 국부로 추앙받던 우페ㆍ보와니대통령(85)은 국민적지탄을 받게 됐다. 당황한 보와니대통령은 다당제를 실시하고 자신은 집권당 당직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말로 예정된 대통령ㆍ의회선거에는 10여개 야당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야당측은 『다당제는 민주주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보다 포괄적인 민주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기타국가◁

처형된 차우셰스쿠 루마니아대통령과 절친한 친구이며 65년 같은해 집권한 모부투ㆍ세코 자이레대통령은 지난 4월 새 헌법을 약속하고 2개 야당을 허용했다. 또 내각을 대폭 개편,신진 인사들을 대거등용하는 등 변화를 모색중이다.

오랜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소말리아도 올해안에 다당제를 도입하기 위해 내각이 헌법개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잠비아는 조만간 야당합법화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실시키로 했으며 탄자니아는 점진적으로 다당제를 도입키로 했다.

▷전망◁

아프리카에도 민주화 도미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은 분명하지만 그 앞길이 밝다고는 할 수 없다.

불과 30∼40년전에 독립한 아프리카국가들에게 민주주의는 아직도 생소한 것이며,정권에 도전할 야당세력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야당들도 고질적 인종대립으로 분열상을 보이는게 어느 나라나 공통적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당제실시는 오히려 집권세력의 통치명분을 강화시켜줄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대륙에 민주주의의 싹이 뿌려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배정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