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45년만에 동ㆍ서독일이 「사실상 재통합」을 다짐하는 문서에 18일 도장을 찍었다. 이날 양쪽 재무장관이 도장을 찍은 합의문서는 「화폐ㆍ경제및 사회통합협정」이지만,이로써 반세기 가깝게 동독을 지배해온 사회주의 체제가 소멸하게 됐다.이 협정에 따라 동독이라는 독자적 체제를 갖춘 나라는 사실상 7월2일자로 소멸하게 된다. 앞으로 통일독일의 정치ㆍ군사적 위치에 대한 전승 4개국과의 합의라는 큰 문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적어도 독일민족 내부의 문제는 이제 큰줄기가 매듭지어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정치ㆍ군사적 통일의 기초로서의 경제ㆍ사회적 통합도 동ㆍ서독 모두 상당한 값을 치러야만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서독은 동독의 재정적자와 대외채무를 떠맡고,경쟁력이 없는 기업과 동독의 사회보장제도를 떠맡아야 한다. 대체로 7백억달러라는 엄청난 짐을 서독의 납세자들이 져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독이 치러야할 값도 적은 것은 아니다. 지난 10일 동독의 주요도시에서 벌어진 데모는 자유경쟁체제에 대한 동독시민들의 불안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 통합에 따른 실업의 위험성에 동독시민들은 민감한 상태에 있다.
결국 45년만의 독일민족 재통합에는 동ㆍ서독 모두에게 그만한 시련과 짐을 지우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분단민족으로서 우리는 독일민족이 재통합돼가는 이 극적인 사태에 남다른 감회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분단민족이라고는 하지만,동ㆍ서독은 70년대 초 이래 경제ㆍ사회ㆍ문화에 걸쳐 교류관계를 착실히 쌓아올린 결과가 오늘을 가져왔다. 이것은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가 없을만큼 이미 우리자신 잘 알고있는 사실이다. 오늘 우리가 특히 강조할 일은 동유럽 공산권의 와해라는 환경변화를 서슴없이 민족재통합으로 연결시킬 수 있었던 서독의 압도적인 「국력」이다.
서독의 압도적인 국력은 경제적 성공뿐만 아니라,정치ㆍ사회적인 발전을 바탕으로 한 정신적ㆍ도덕적 우월을 포함한 것이다.
앞으로 7월2일 이후 사실상 하나로 통합된 동ㆍ서독경제권에 어떤변화가 일 것인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서독측은 막대한 서독측 부담이 인플레를 유발할 가능성은 있지만,인구 8천만의 거대한 경제의 탄생은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동ㆍ서독의 통합이 사실상 동독의 시장경제화로 이루어진다는 역사적 사실은 사회주의체제 붕괴이후의 동유럽 각국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것이 확실하다. 또한 소련이 통일독일의 북대서양동맹(나토)과의 관계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유럽안보체제라는 보다 큰 구상을 전제로 통일독일의 군사ㆍ정치적 위치문제가 예상밖으로 쉽게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서독은 이미 소련에 대해서도 상당한 규모의 경제원조를 시사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지금 냉전시대를 청산하는 세계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있다.
이 거대한 움직임은 결국 이땅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을 확신할 수 있다. 물론 북의 체제변화가 그 가늠쇠가 될 것이다. 우리가 동ㆍ서독의 재통합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것도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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