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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동화 선두주자 일 혼다사/수제자동차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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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동화 선두주자 일 혼다사/수제자동차 만든다

입력
1990.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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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없는 차만 생산”이미지 불식/뛰어난 숙련기능공 확보에 도움/고급스포츠카 주문생산계획세계굴지의 자동차메이커인 일본의 혼다기연공업이 우수한 숙련공에 의한 수제차생산에 착수,세계자동차업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로봇에 의한 대량생산체제를 갖추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혼다가 수제차를 생산키로 결정한 것은 얼핏 자동차산업의 흐름을 거스르는 무모한 결정으로 보일지 모르나 내막을 알고보면 미래의 자동차산업의 방향을 점친 치밀한 계획의 일환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혼다는 신규개발한 스포츠카 「NS­X」를 제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사내공모를 통해 2백20명의 숙련기술자를 선발했다. 혼다측은 이 스포츠카의 판매가격을 일본차중에서 최고가인 약 7백만엔(3천3백만원)으로 잡고 연간 6천대로 한정생산할 계획인데 고객의 주문에 따라 이들 숙련공들이 직접 제작ㆍ생산하는 주문생산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 스포츠카를 생산할 공장은 종래와 같은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두지 않고 용접에서 조립까지 모두 숙련공들이 맡게 된다.

수제차를 생산하는 메이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나페라리,그리고 스웨덴의 볼보가 수제생산을 하고 있지만 희귀성을 강조하는 스포츠카메이커를 제외하고는 자동화시설을 갖추지 못해 수제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자동화된 대량생산체제를 갖추어야한다는 것이 정설로 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다가 수제생산체제를 선택한 것은 크게 두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혼다가 아니면 생산할 수 없는 독특한 자동차를 생산하겠다는 것이 첫째 목적이다. 혼다의 한 관계자는 『혼다의 어코드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미국차를 따돌리고 판매실적 1위를 차지했으나 혼다는 원기가 없고 차에 독특함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며 『혼다는 양산메이커로서 기본노선을 확정했지만 혼다 자체의 독특함을 내세울때가 되었다』고 수제차생산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즉 정통적인 차를 생산하던 닛산이나 마쓰다도 최근에는 유니크한 자동차개발에 주력,자동차의 개성시대를 열고 있기 때문에 혼다도 「혼다만의 자동차」를 생산해야 할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야심을 갖고 개발해 낸 것이 「미래의 슈퍼카」로 불리는 NS­X. 혼다는 이 차에 최첨단기술을 구사했을뿐만 아니라 마지막 공정까지 비싼 가격만큼의 세밀한 공을 들였기 때문에 종래의 대량생산라인으로는 도저히 생산이 불가능,숙련공들이 직접 손으로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두번째 목적은 자동차전반에 걸쳐 고도의 기술을 갖춘 이상적인 숙련공을 확보하자는 것. 최근 숙련공이나 베테랑기술자들의 노련한 기술은 로봇등 수치제어공작기계의 도입 등으로 자동화가 이뤄진 현대의 자동차공장에서는 그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차를 개발하는데는 이들의 기술없이는 불가능하다. 혼다측은 수십년 축적된 기술을 가진 숙련기술자들의 능력을 십분발휘하도록 하고 미래형 자동차개발에 대비,수제차 생산을 택한 것이다.

사실 자동화된 생산체제에서는 단순작업을 반복하는 공정이 대부분이어서 젊은 기능공들이 다양한,그리고 고도의 숙련도를 요하는 기술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그동안 훌륭한 기술을 축적해온 기술자도 대부분이 고도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는 회사로서도 손실일 뿐만 아니라 기능공에게도 손실이다. 아무리 자동화가 된다 하더라도 새로 도입된 로봇에 보다 고도의 장치나 용접 등의 작업을 시킬 경우,로봇에 입력할 동작은 숙련공의 수작업이 근본이 되고 있고 새차를 개발할때도 이들의 기술없이는 시제품조차 만들 수 없다. 해외에 생산설비를 갖출 때도 현지 종업원에게 하나하나의 공정을 지도하는 것은 바로 이들에 의해서다.

NS­X스포츠카 생산요원으로 선발된 숙련기능공들의 의욕도 대단하다. 『NS­X와 같은 슈퍼카를 내손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이제 우리가 갖고 있는 전문기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됐다』『핸들을 잡는 고객이 인정할 수 있는 차를 만들어 내겠다』는등 뜨거운 열의를 보이고 있다.

혼다측은 이같은 열의를 가진 숙련기능공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앞으로 자동차생산 경쟁에서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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