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법ㆍ삼불정책 폐기… 대륙진출 장애제거/「과도기적 혼란」무난수습… 당내입지도 강화이등휘 자유중국(대만)총통이 20일 임기 6년의 제8대총통에 취임 집권 2기에 들어간다.
지난 88년 1월 장경국 전총통의 급서로 총통직을 승계했던 이등휘총통은 집권초기만해도 대만성 출신에다 국민당내 기반이 취약해 정치적장래가 극히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장개석사후의 엄가감 전총통(75∼78년 재임)처럼 「과도기적 지도자」로 그치거나 대륙출신 국민당지도자들에 실권을 넘겨준채 명목상의 총통에 머무를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총통은 지난 2년동안 대만출신 첫 총통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기반으로 장경국 사후의 「과도기적 혼란」을 무난히 수습,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또 대만화를 적극 추구할지도 모른다는 국민당보수파의 의구심도 상당부분 해소시켜 지난 3월21일 국민대회에서 제8대 총통에 어렵지않게 재선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등휘총통이 재집권하기까지 전혀 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총통선거를 앞두고 국민당내 비주류가 임양항(대만성출신),장위국(장경국의 이복동생)을 독자적인 총통ㆍ부총통후보로 옹립,국민당대회가 승인한 이등휘 이원족 티켓과 경선하겠다고 나섰던 것은 이총통의 지도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다.
이러한 「당내 반란」에는 이총통의 대륙정책과 민주화추진속도에 의구심을 품어왔던 보수파들 뿐만 아니라 이총통의 독주에 불만을 지닌 이환행정원장(총리) 등 개혁성향의 개명파도 다수 가담,그 심각성이 주목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총통은 이러한 당내 분열상을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했다. 이총통은 임장 티켓의 자진사퇴를 유도해낸 이후 비주류에 속해 있던 보수적인 학백촌국방부장을 차기행정원장에 지명했던 것이다. 이총통의 의도는 서로 성향이 다른 보수파와 개명파간의 반이 연합전선을 와해시켜 ▲권력분점을 위해 내각제를 추진해온 이환등 개명파를 견제하면서 ▲그의 대륙정책에 의구심을 품어온 보수파를 안심시키기 위한 두 가지 목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총통취임을 앞두고 나온 일련의 언론보도들은 집권 2기의 이총통이 대륙정책에 있어서나 그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던 국내 민주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이총통은 지난 15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입법원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대만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반란집단」으로 규정돼온 중국공산정권을 「정부」로 인정했으며,20일 취임식에서는 반공법폐지와 3불정책(불접촉ㆍ불담판ㆍ불타협)의 공식적인 폐기를 선언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달았다.
사실 지난 2년동안 이총통은 장경국 전총통이 설정한 선을 넘어서지 않는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
대륙정책에 있어서는 상호 방문허용 및 간접무역용인 등의 조치가 있었으나 이는 장경국 전총통의 87년 계엄령철폐에 따른 후속조치로서 삼불정책은 여전히 대만의 공식정책으로 견지돼 왔다. 따라서 수세적인 삼불정책과 반공법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대륙정책의 적극화를 예고하는 동시에 독자적 정책을 추진하는 새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확인시키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적극적인 대륙정책이 중국측이 꾸준히 주장해온 「1국2체제」의 수용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총통의 대륙정책은 대만 기업인들의 「과속접근」으로 이미 형해화된 삼불정책을 폐기,대륙으로의 경제적 진출을 보다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또한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함으로써 대만의 국제적지위를 향상시키려는 목적도 포함돼 있다. 이는 이미 경제력을 바탕으로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성공을 거둔 「쌍중승인 외교정책」이 보다 적극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총통 선출과정을 통해 지도력을 확고히 하는데 성공한 이총통은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민주화추진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미 민진당주석인 황신개와 만나 정치범의 대사면령을 약속했고,야당공세의 표적이 돼온 본토출신 입법원 종신직원로의원들을 3단계에 걸쳐 91년까지 완전퇴진시킨다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등휘총통은 이처럼 집권 2기에서는 독자적인 행보를 취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당내에 잠복해 있는 내각제 추진세력의 도전과 야당일부의 대만독립주장,그리고 명목상이나마 대륙을 대표해온 종신직입법원의원 퇴진이후 전중국을 대표한다는 합법적 정부로서의 국민당정권의 위상설정 등 허다한 난제를 앞두고 있다.【류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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