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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울린 추모식/망월동 검은리본 행렬(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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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울린 추모식/망월동 검은리본 행렬(등대)

입력
1990.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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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는 원통하고 산자는 부끄러운 땅. 진정 당신들 앞에 바쳐야 할 꽃다발이 없으며 진정 피워올려야할 향이 없습니다…」문병란시인의 추모시가 낭랑하게 울려 퍼지자 망월동 5ㆍ18묘역에 모인 유족들은 참았던 울음을 다시 터뜨렸다.

5ㆍ18 10주기추모제가 열린 망월동묘역은 부슬비가 내리는데도 이른 아침부터 유족ㆍ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소복에 검은리본을 단 유족들은 저마다 흰국화와 집에서 마련한 음식을 묘비앞에 놓고 제사를 올렸다.

빗물에 젖은 땅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감은 유족들은 이내 고인들의 영정과 묘비를 부여잡고 오열했다.

지난해 정부에 의해 행방불명자로 인정받은 32명의 유가족도 추모제가 시작되기전 10년만에 처음으로 한무명의 무덤앞에서 합동제를 지내고 시신조차 찾지못한 비통함을 달랬다.

망월동묘지 주변에는 「5월영령들이여 고이 잠드소서」등 50여개의 플래카드와 함께 광주ㆍ전남지역 각 대학국문과 협의회 이름의 「시선」이 빙 둘러쳐져 숙연한 추모분위기를 자아냈다.

상오10시 단상에 오른 전계량 5ㆍ18 광주민중항쟁 유족회장은 『밤새 하늘에서 내린비는 무진골과 무등의 흐느낌이 아니겠느냐』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들의 싸움은 싸워도 싸워도 그자리인 것같아 영령을 뵐 면목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헌화를 위해 단상에 올라온 유족들이 한마디 말도 못하고 통곡하자 지켜보던 시민들까지 눈물을 글썽여 한동안 장내는 울음바다가 돼버렸다.

행사 마지막에는 광주무속신앙인 20여명이 꽃상여와 가야금등을 들고나와 해원 씻김굿을 벌였다.

3시간여에 걸친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끝까지 지켜봤으며 카네이션을 무덤마다 꽂아주거나 잡초를 뽑아주는 모습도 보였다.

『언제까지나 한숨과 통곡속에 살아야 하느냐』며 울부짖는 한 유족의 절규는 진상이 명백히 밝혀져 피해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지지 않는한 「광주의 5월」은 역사속으로 들어가기 어려움을 대변해 주었다. 【광주=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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