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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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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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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집안 형편이 어수선 하니까 밖에서 밀려오는 시선도 따갑게 느껴진다. 좋은 말보다 씁쓸한 소리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한 신문은 우리나라의 재벌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예리한 비판을 가했다. 경제정책마저 좌우하는 재벌들은 호경기엔 이윤 챙기기에 바빠 기술과 품질개발은 아예 외면하고,좋은 시절이 지나자 부동산 투기에 나서 지금의 곤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에서 시선을 끄는 대목은 「나도」주의의 작용을 파헤친 점이다. 남이 하면 나도 끼어든다는 우리 기업풍토의 병폐를 솔직하게 꼬집어냈다고 본다. 나도주의(me too ism)의 배경은 기업윤리의 상실이라 할 것이다. 남이야 어찌되든 나부터 잘살고 보겠다는 지독한 이기주의의 발로나 다름없다. 이런 현상은 꼭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데 우리 사회의 문제가 있다. ◆안정을 다지지 못하고 자꾸 뒤흔들리는 까닭은 윤리의식의 결핍때문이 아닐까. 자유 지성 3백인회가 주최한 국민도덕성 대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부각되었다. 우리의 도덕적 위기는 근본원인이 외면적 가치추구와 이기주의 탓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법치주의가 제기능을 못함은 법제정자와 운영자들의 윤리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뼈아프게 들린다. ◆미국에 망명중인 소련작가 솔제니친도 일찍 비슷한 의견을 토로했다. 「경제력에 의해 민족이 살아 남는 것이 아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강력한 정신력이라고 확신하는 바다」이런 정신력의 요체가 윤리의식임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오늘의 어려움을 이기고 나갈 길을 우리는 아직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우리가 바라는 민주화와 경제발전은 윤리의식의 확립이 전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지성인들의 목소리가 벌써 높았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귀담아 듣고 발분해야 할 것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차다」(한비자) 입술은 도덕성이고 이는 민주화와 경제발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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