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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5ㆍ18 10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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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5ㆍ18 10년:하)

입력
199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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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책 해결안된채 아픔 계속/“특별법제정… 화합의 길 열리길”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많은 광주시민들에게 그날의 비극은 생생히 남아있다.

정부는 지난 87년 6ㆍ29선언이후 88년 뒤늦게 광주사태를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성격을 재규정하고 국민대화합 차원에서 치유대책을 발표했지만 당시 광주시민들이 받은 아픔과 설움은 각인처럼 지워지질 않고 악몽으로 남아있다.

5ㆍ18광주민중항쟁유족회장 전계량씨(55)는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채 10주년을 맞아 슬픔에 앞서 분노가 치솟는다. 청문회등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가려졌는데 책임질 사람은 없어 안타깝기 짝이없다』며 허탈해했다.

재야법조인 홍남순씨(77)는 『역사적으로 죄를 지면 벌을 받는다는 것을 후세에도 알려주어야 한다. 관련자들은 법적절차를 거친뒤 형을 확정하고 사면시켜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5월 운동협의회,5ㆍ18광주민중항쟁유족회,5ㆍ18광주민중항쟁부상자동지회,5ㆍ18광주의거부상자회 등 5ㆍ18관련단체들은 그동안 5ㆍ18과 관련,꾸준히 한목소리로 자신들의 주장을 펴왔다.

이들 단체들은 진실규명,책임자처벌과 함께 5ㆍ18정신의 국정교과서 및 헌법전문수록,상무대무상양여를 통한 5ㆍ18성역화,광주특별법 제정,5ㆍ18당시 구속자들에 대한 재심 및 명예회복 등을 바라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이같은 주장들을 광주특별법으로 집대성해 문제해결에 접근할 것을 원하고 있으나 정부당국의 해결의지부족과 정치권의 무기력으로 제정이 보류되고 원점만 맴돌고 있다고 개탄하고 있다.

광주특별법제정의 최대걸림돌은 정부측의 「보상」과 피해자측의 「배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피해위로금에 대한 성격규정문제. 5월 단체와 광주시민들은 5ㆍ18이 민주화운동이며 군의 과잉진압으로 빚어진 유혈사태인만큼 당연히 배상차원에서 지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정부측은 양시론을 내세워 보상차원의 광주특별법을 마련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차는 「생활안정 자금」지급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광주시는 지난 4월20일부터 5ㆍ18관련피해자 1천3백2명을 대상으로 사망자ㆍ행불자가족과 중상자 2백28명에게 1천만원씩,경상자 4백39명에게 5백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다. 시는 당초 보상금으로 지급하려다 5월 단체들이 보상금차원에서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 명칭을 생활안정자금으로 바꿨다.

정부측이 이처럼 「선보상」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5월 단체들은 『정부가 돈몇푼으로 5월문제를 희석시키려한다』며 『광주의 아픔을 치유하려면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기념관건립 등이 선행된후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특별법제정에 관해선 시당국도 긍정적이다. 최인기 광주시장은 『광주문제가 더이상 국가와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국민적 합의인만큼 이의 조기해결과 완전한 치유를 위해서는 광주관련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면서 『특히 큰 쟁점이 되고 있는 법안의 성격과 보상수준,기념사업범위 등에 있어서도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충분히 협의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ㆍ18의 진정한 해결을 갈구하고 있는 5월 단체들은 광주특별법이 언제 어떤 내용으로 제정될 것인지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유족회장 전씨는 『자신들이 요구하고 있는 사항들이 모두 수용된 특별법이 제정되고 배상이 이루어지면 기금을 조성해 장한 시민상,육영사업,무연고노인돕기 등 사회복지사업을 펼쳐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소야대체제에서 제정에 실패한 특별법이 민자당출범으로 여대야소로 변한 상황에서 5월 단체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쉽게 제정될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5월 단체와 광주시민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5ㆍ18 10주년에 맞춰 광주ㆍ전남문화예술계는 5ㆍ18의 역사적재조명에 역점을 두고 있다. 5ㆍ18의 역사적의미가 무엇이며 지난 10년 세월이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뜻으로 풀어보는 시 노래 무용 그림 연극 등이 전시ㆍ공연되거나 될 예정이다. YMCA에서는 14일 「5월 그날이 다시오면」 항쟁노래 서사시발표회를,15일 마당극 「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을 공연,성황을 이루었으며 25일 예정된 임진택의 「5월광주」 판소리공연 등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금년 5ㆍ18 10주년 기념식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그뜻을 새길 것이다. 88년 이전까지만해도 매년 이맘때 행동에 제약이 심했던 5ㆍ18관련단체,부상자,유족들은 어느때보다 「자유인」이 되어 망월동묘지에서 영령들을 추모하고 도청앞 광장에서 추모식을 하게 될 것이다.

5ㆍ18관련자들은 5공시절 「폭도」,또는 「폭도가족」으로 정보기관으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수모를 겪어왔었다. 망월동묘원의 기념식까지 저지당했고 높은사람이 광주를 방문하면 기습시위를 막기 위해 문제의 인물들을 버스에 강제로 태워 다른 고장으로 분산,하차시키기까지 했었다.

광주시민들은 지난날의 비극의 역사가 다시는 이땅에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그들은 민주화시대의 영원한 자유인이기를 원한다. 앞으로의 5ㆍ18기념일엔 민관이 한마음이 되어 함께 추모식을 올리는 것이 그들의 소망이다.【광주=김수영ㆍ임종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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