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8일,이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그 누구도 이날은 잊지 못할 것이다. 광주의 그날이 꼭 10년이 되건만 사죄와 용서의 대도가 열리지 않고 있음이 오늘의 무거운 실상이다. 광주의 아픔은 여전히 역사의 멍에로 우리 어깨를 누르고 있다.겨레의 마음을 뒤흔들듯 분화한 민주의 뜻과 의기와 분노는 그동안 무서운 진통을 겪으면서 「민주화운동」이라는 본질적 자리를 차지하고 승화되었다. 그렇지만 이 승화작용이 완전 연소가 되지 못해 미움과 한의 앙금을 삭이지 못한 것은 슬픈 현실이 아닐수 없다.
광주의 진실과 진상을 밝히려는 우리 노력은 아직까지 벽에 부딪쳐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광주문제가 사태와 항쟁을 거쳐 민주화운동으로 된 것은 6공이 시작되면서였다. 민주화합추진위가 5공의 억압을 벗기고 진실에 접근함으로써 본질 규명의 단서를 제공한 것이다.
그나마 5ㆍ18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은 지난 88년 11월부터 3개월에 걸친 광주민주화운동 진상특위에 의한 국회공청에서 이뤄졌다. 70명의 증인이 등장하여 진상규명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어처구니 없는 미결을 남겼을 따름이다.
그 모순의 결말은 무엇이었는가. 행위는 분명히 있음에도 행위자가 없었고 결과가 있어도 원인은 없었다. 그리하여 상처는 있으나 상처를 입힌 사람은 없다는 기막힌 자가당착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이것이 「광주10년」의 실상이라고 할때 우리는 역사의 대의앞에 통분과 수치를 한꺼번에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10년의 세월은 결코 짧은 것이 아니다. 마땅한 사죄와 너그러운 용서는 벌써 있어야 했다. 그런데도 책임의 소재는 널 뛰듯 이리저리 옮겨지고 이에따라 한의 증폭은 넓어지기만 하였다. 편협성과 기회주의는 광주의 본질을 망각케 하고 역사 발전을 저해하고 있음은 또 하나의 불행이라 할 만하다.
우리는 이제 떳떳하고 의젓하게 현실을 현실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현실을 외면하고 회피해선 안된다. 폭압적인 과오는 시인해야 하며 그래야 무거운 멍에를 벗을 수 있다. 언제까지 미완의 굴레속에 얽매일 수는 없는 일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광주의 명예회복이다. 엉거주춤하게 민주화 항쟁으로 분식하는 것으론 본질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희생자들의 원혼을 안식시키고 피해생존자들의 원한을 빨리 풀어 줌으로써,광주시민의 민주화 의지를 청사에 새겨지게 하여야 한다. 이 길만이 광주의 5월 광주의 평화를 돌려주는 최소한의 성의라 할 수 있다. 피해 배상이나 보상도 그렇다. 진심과 떨어진 정치성의 개입은 마땅히 뿌리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화에 대한 모독이며 능멸이라는 규탄을 면하지 못한다.
이제 광주의 긍지는 모든 국민이 함께 지켜야 할 것이다. 민주 의기는 누구도 이용하거나 특정 목적에 편승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의미에서 「5ㆍ18비상」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광주의 오늘이 새 역사의 도약대가 되어지기를 우리는 간절히 기원한다. 폭발의 의기와 절제의 용기가 조화되어야 비로소 민주의 행보가 견실해진다. 이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날이 바로 오늘이라고 굳게 믿는다. 5월의 그날이 영광의 날이기를 거듭 다짐해 두고자 한다. 우리는 그럴만한 자질을 지닌 국민임을 자랑으로 여기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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