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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점 불매운동」 수습국면/흑인학생 「물건사주기」힘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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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점 불매운동」 수습국면/흑인학생 「물건사주기」힘입어

입력
1990.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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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상 4개월만에 영업… 예전고객들 “북적”/흑인노인 「격려금반 팁반」으로 2불 내기도인종분규의 양상으로 번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불러일으켰던 뉴욕시 일부 과격흑인들의 한국인 청과상 불매운동이 흑인학생들의 「물건 사주기」운동 이후 급속히 수습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흑인들의 상점 앞 시위로 지난 1월18일 이후 4개월 동안 거의 영업을 중단했던 브루클린소재 한국인 청과상 「레드 애플」은 지난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재개했는데,흑인학생들의 캠페인에 힘입어 시위사태 이전과 다름없이 많은 고객들이 몰려 들고 있다.

14일과 15일에도 「레드 애플」앞에는 30여명의 시위대가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으나 고객들은 이같은 시위에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고객중에는 흑인들도 많이 섞여있었다.

「레드 애플」의 종업원 김현호씨는 『불매운동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하루 10∼30달러밖에 벌지 못해 영업을 중단하다시피 했었으나 이제는 아침장사만으로도 4백달러를 벌고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과격흑인들의 베트남인 오이 폭행사건이 있은 바로 다음 날인 14일 인근 에라스무스고교의 흑인학생 30여명이 「레드 애플」을 찾아와 「물건사주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

흑인학생들은 『어른들이 해결못한다면 우리가 하겠다는 생각에서 이 운동을 시작한 것』이라며 직접 70달러어치의 물품까지 구입했다. 이들은 불매운동이 사라질때가지 매일 이 상점에서 학교점심을 구입하겠다고 밝히고,다른 학교의 흑인학생들도 자신들의 운동에 동참할 뜻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흑인학생들은 『보이콧』 『흑인들의 수치』라고 고함치는 시위대를 향해 『다른 일거리를 찾아보세요』라고 응수하며 질서정연하게 쇼핑을 했다는 것.

과격흑인들의 폭행사건을 규탄했던 뉴욕시의 흑인시장 딘킨스씨는 『어린이가 어른들을 이끈다』는 성경귀절을 인용하며 이들의 행동을 칭찬했고,뉴욕시의 주요일간지들도 15일자 1면에 사진기사로 이를 크게 취급,분위기의 반전을 이끌고 있다.

이밖에 「레드 애플」을 돕기위해 많은 흑인들이 「원거리 구매」활동을 벌인 것도 상점의 정상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종업원들은 말한다. 로즐린ㆍ멕코이라는 한 흑인은 12마일을 달려와 이 상점을 찾았으며,뉴욕시 밖에 거주한다는 77세의 한 흑인 노인도 8달러어치의 물품을 산후 2달러를 「격려금 반,팁 반」으로 남겼다는 것.

한편 이번사건은 이제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등 주요일간ㆍ시사주간지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집중적인 취재를 진행시키고 있으며,미 전역의 지방신문들도 이 사건을 처음부터 상세히 보도해온 뉴욕 한국일보에 쉴새없이 문의전화를 해오고 있다. 흑인들과 한국인들과의 인종분규로까지 확산될 위험성이 있었던 이번 사건은 여론화된 이후 「양심적인」 흑인들의 「물건사주기」운동으로 오히려 두 민족간의 이해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만큼 호의적인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과격흑인들의 「폭발 잠재성」은 배제할 수는 없지만 「비온뒤 땅이 굳는다」는 한국의 속담처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두 민족간의 관계는 더 좋은 사이로 발전할 수 있게 됐다.【뉴욕지사=송혜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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