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5ㆍ16 29돌이었다. 당시 쿠데타의 핵심이었고,이제는 집권당의 최고위원이 되어 있는 어느 인사가 『5ㆍ16에 대해 지난 10년동안 짓밟혀 왔는데 잘했건 잘못했건 그것도 역사』라고 명예회복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어제는 오늘의 어머니인데 마구 치받으면 역사가 단절된다』고 말했다고 한다.하루가 다른 세상에 29년전의 흘러간 일이니 역사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터인데,왜 그런 소리를 새삼스레 했는지가 궁금해진다. 5ㆍ16을 역사가 아니라 아직도 엄연히 살아있는 현실로 표현했더라면 차라리 솔직했다는 찬사 정도는 들었을 것이라는 반론도 들리는 것이다.
이같은 반론의 논지는 분명하다. 그들은 5ㆍ16이 「구국의 결단」이요 「혁명」이라 했지만 민주정부를 총칼로 뒤엎음으로써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군사독재 문화를 남겼고,힘의 논리로 양심과 도덕을 붕괴시켜 그 여파가 가혹한 천형처럼 오늘의 「총체적 난국」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를 만사라고 하는데,국민이 직접 선택한 6공에서 조차 5ㆍ16의 핵심인사를 비롯,「유신」에 쌍수를 들었던 숱한 인사들이 여권의 정치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조국을 산업화시켜 가난을 벗게 했다지만 당시의 일방적 편애와 특혜가 재벌들을 키운대신 국민들의 마음속에 갈등과 가치전도의 불씨를 심어 오늘의 투기ㆍ소요ㆍ불신 사태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역사는 그 분명한 공과가 가려지고 숨겨진 진상이 모두 드러났을때 비로소 정리된다. 그래서 우리가 계승해야 할 업적이거나 경계해야 할 잘못의 표상으로서의 제위치를 부여 받게 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따져보면 어제와 오늘이 아직도 온갖 부문에서 뒤섞여 혼재되어 있는 현실에서 5ㆍ16의 역사적 자리잡기는 아직 이르다는 반론이 나오는 것이다.
남의 나라일이긴 하지만 최근 인사는 만사라는 사실을 실감케하는 일이 있었다. 과거 군사정부와 실정으로 연간 1천% 이상의 초인플레와 1천1백50억달러의 외채로 나라경제가 파산지경인 브라질의 신임 민선대통령이 새 경제장관으로 뜻밖에도 행정경험이 없는 36세의 젊은 교수출신 독신녀를 임명,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브라질 대통령이 그녀를 남미 최초의 여성장관으로 임명한 이유가 분명하다. 기라성같은 경제전문가들이 많았지만 모두 국내의 이익집단과 관련이 있어 그들을 배제한 끝의 결단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리아ㆍ칼도소라는 새 여성장관은 「제2의 대처」(영 여총리)를 표방하며 단호한 자세와 원칙으로 경제난국 해결에 나서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소식이다. 모든 부문에서 과거와 현재가 원칙없이 얽혀있는 우리에게는 참 관심이 가는 인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고보면 우리에게도 과거와 오늘을 구분하는 분명한 원칙과 철학을 갖춰야 할 때가 온 것만 같다. 얼룩진 경험이나 천형과 같은 과거의 짐보다는 그런 기본적인 뼈대 갖추기가 오늘의 난국을 헤쳐갈 키잡이가 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