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구혼편지 많지만 받을 자격 있나요”/김현희 일문일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구혼편지 많지만 받을 자격 있나요”/김현희 일문일답

입력
1990.05.17 00:00
0 0

◎“이젠 「벤허」등 미영화도 재미느껴 북의 가족들 살아있기만 바랄뿐”16일 여의도침례교회에 특별초청돼 신앙간증을 한 김현희는 10개월전 재판을 받을 때보다 침착하고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투피스 정장의 산뜻한 차림인 김은 예배실의 앞좌석에 신도들과 나란히 앉아 「내영혼이 은총입어」등 찬송가를 함께 부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담담하게 대답하는등 자유생활에 상당히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김은 40분간의 신앙간증을 통해 김일성을 신과같이 떠받드는 폐쇄사회에서 성장한 자신이 종교를 갖게 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좋아하는 성경구절을 암송하기도 했다.

또 『미국영화는 제국주의 영화라는 선입견때문에 꺼려 했으나 비디오테이프로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등을 보고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아 나도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신도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특별사면을 받은 소감은.

▲과분한 은전을 베풀어준 대한민국정부에 감사드린다. 사고해역인 안다만에서 KAL기 잔해를 찾아냈다는 보도를 보고 고통스러웠는데 사면소식에 더욱 무거운 짐을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KBS에서 사장퇴진운동을 벌이고 정부가 경찰력을 투입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느낌은.

▲북한과같이 김일성과 당의 말한마디가 바로 법인 사회에서 자란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유가 너무 많아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은 언제쯤 변화할 것으로 보나.

▲TV를 통해 동구권이 개방사회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북한은 동구권보다 훨씬 폐쇄적 이어서 당장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주민들이 진실을 깨달을 수 있게 자유진영의 생활상을 빨리 알려 주어야 할것이다.

­자본주의체제와 사회주의체제의 장단점은.

▲처음 왔을때 데모가 심해 수사관에게 『이렇게 풍요로운 사회에서 왜 데모를 하느냐』고 묻자 수사관이 『북한에는 데모할 자유가 있느냐』고 반문해 말문이 막힌적이 있다. 자본주의 체제는 일할 의욕을 주고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체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사회는 일할의욕을 저하시키고 개인을 통제하며 출신성분을 따지는 엄격한 계급사회임이 분명하다. 속아살았던것이 후회스럽다.

­KAL기폭파사건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KAL기 폭파범이라는 사실은 재판과정을 통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그 주장처럼 내가 만일 남한사람이라면 사건이 발생한후 3년이 다 돼가는 지금 나를 아는사람이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을리가 있겠는가.

­북한가족의 근황을 아는가.

▲지금도 꿈에 부모님과 형제들의 모습이 나타나곤 한다. 우리가족은 어딘가에서 가혹한 책벌을 받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근황을 아는바는 없으며 다시 만날때까지 살아있기만 바랄뿐이다.

­하루 일과는.

▲지난 시기를 반성하는 자서전을 쓰고 있지만 언제 책이 되어 출판될지는 모르겠다. 영화,연극은 주로 비디오를 통해 감상했는데 60년대의 흑백영화를 보면 옷차림이나 주변건물이 현재의 북한과 너무 비슷해 북한영화를 보는 것같은 착각도 생겼다.

­구혼편지가 많이 온다던데.

▲우리나라뿐아니라 일본에서도 자주오는 편이지만 엄청난 죄를진 사람으로서 편지를 받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머무를 것인가.

▲다시 살아난 의미를 정확히 인식해 이곳에 살며 속죄의 길을 찾겠다. 유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일이든 몸바쳐 하겠다.

­빈민가나 탄광촌등에 가본 적이 있나.

▲직접 방문한 적은 없고 TV를 통해 보았지만 남한에서 가장 못사는 계층도 TV 냉장고 전화기등 가전제품이 있어 놀랐다.

­북에서 이성교제를 한적은 없는가.

▲대학에 다닐 때도 엄격한 조직생활을 했고 공작원으로 선발된 후로는 깊은 산속에서 고된 훈련을 받느라 기회가 전혀 없었다.【이창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