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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화」23%에도 시중 자금난/증시침체… 기업 자체조달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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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화」23%에도 시중 자금난/증시침체… 기업 자체조달 막혀

입력
1990.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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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바닥… 실세금리 오름세국내 자금시장이 일시적 혼란을 겪고있다.

이달들어 민간대출만 해도 1조원 넘게 늘어 총통화증가율이 23%를 웃돌로 있는데도 기업들은 은행들이 이병선전한일은행장의 해임 여파로 대출심사업무를 사실상 중단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아우성이고 그러는 와중에서 시중금리는 부가세등 세금납부로 자금수요가 매우컸던 지난 4월말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돈은 넘치도록 풀리고 있는데도 시중금리는 내려가질 않고 오히려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통화당국은 시중에 통화가 불안한 수준일 정도로 풀려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기업 등 자금수요자들은 은행대출창구가 꽉 막혀 돈구하기가 힘들고 금리도 너무 치솟고 있다고 자금난을 호소하는,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최근들어 지난 4월말까지의 총통화증가율이 넉달째 계속 22%대를 웃돌아 물가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정부의 부동산 물가대책과 같은 맥락에서 통화를 조금씩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4일과 7일 두차례에 걸쳐 지급준비금부족 시중은행에 평소와 달리 연 15%짜리 벌칙성금리의 자금을 지원한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일까지 열흘사이에 민간대출이 1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이달중에 민간대출로 1조∼1조5천억원을 공급할 계획이었으므로 열흘만에 한달치 목표액이 거의다 풀려나간 셈이었다.

불요불급한 대출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며 15%짜리 자금지원으로 절제된 자금운용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였음에도 시중은행이 대출을 이처럼 늘려놓자 한은은 다음번엔 지준부족을 일으키는 은행에 연 24%짜리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통보했다.

한은은 이같은 방침이 통화관리를 목표선이내에서 꾸려가기 위해서는 어쩔수없는 선택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이것이 정책금융의 중단까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무역금융 중소기업어음재할인 등을 통해 자금은 여전히 풀려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기업들편에서는 은행대출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한일은행장 해임사건이후엔 일선창구 직원들이나 책임자들이 몸조심을 하느라 대출관련업무를 손놓고 있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이때문에 당장 급한 소규모운영자금조차 조달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최근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대출금을 기한연장해주는 정도외에는 신규대출을 거의 못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각지점별로 일정 한도내에서 자율적으로 인정되던 대출한도도 일체 묶여 버린지 벌써 오래다.

시중은행들은 이러한 현상이 최근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아니고 이미 한달가까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에 대출을 못해주는게 최근의 금융계 해임파동의 직접적 여파는 아니라는 얘기다.

시중은행들은 최근의 자금동향과 관련,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한은에 주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은행의 자금사정이 어렵게 된 이유가 지난해 12ㆍ12증시부양책에 따른 2조8천억원의 투신사 자금지원이었던 만큼 그에 해당하는 지준부족액에 대해 고금리의 자금지원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통화당국과 시중은행,기업들 간에 나타나는 이러한 주장의 괴리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나름의 근거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는 통화당국의 주장대로 시중에 돈은 충분할 정도로 풀려있는데도 또한 왜 기업측 주장대로 돈구하기가 힘들고 금리는 오르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는 은행의 대출업무기피등이 원인일 수는 없고 최근의 증시동향에 해답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증시의 폭락ㆍ침체로 기업들이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있어서 은행으로부터 돈을 종전만큼 빌려가더라도 자금난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최근 시중금리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채권수익률도 증권 보험사등이 증시안정기금 마련을 위해 채권을 대거 내다팔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므로 결과적으로 불안한 증시가 시중금리의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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