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는 이제 국내에도 웬만큼 알려진 국제적인 연구소이다. 스톡홀름시내 소박한 3층 건물에 건평이라야 어림잡아 3백평 남짓,연구원 사무직원 합쳐서 60명정도의 중소규모 연구소지만 그곳에서 매년 5백페이지가 넘는 연례보고서가 나온다. 해마다 6월 전후해서 그 두툼한 책자가 나올때면 기자회견도 있고 조촐한 파티도 한다. 그리고 그 보고서 내용은 세계 각국에 소개된다. ◆그 조그마한 건물,별로 많다고 할 수 없는 인원으로 어떻게 그런 자료들이 나오는지는 알고 보면 이상할 게 없다. 각자가 우선은 규칙대로 일한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이면 무엇이든지 각자 하는 데까지 해내려는 의욕이 그곳에 넘치기 때문이다. 거기엔 무슨 어마어마한 「구호」도 없고 어떤 특별장치도 없다. 그래도 그들은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각종 자료들을 작성해낸다. ◆정문을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서 출입하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중년여인 카타리나는 바로 옆의 서가도 돌보고 전화교환도 하는등 1인3역을 한다. 연구소라서 내방객이 많지는 않아 겉으로 보기에는 늘 한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가에서 서적의 유료무료를 엄격히 구별해낼 만큼 숙달돼 있다. 그녀는 그것이 이 연구소의 「규칙」이라고 늘 말한다. ◆자료실에서 일하는 보델ㆍ넨네는 무슨 자료를 찾아달라고 했을 때 그것이 자료실에 없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다른 도서관에 찾아다녀서 비슷한 것이라도 구해준다. SIPRI규칙에 그런 조항은 없지만 그녀로선 자기가 할 바를 스스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일을 한다. ◆지금 관가에는 사정의 큰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뒤늦었지만 한번은 있어야 할 바람이라고 모두가 말하면서 얼마나 철저히 계속될지에는 아직은 좀 회의적인 것 같다. 그러나 어찌보면 이 거센바람도 규칙이 무시되는 우리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상에서 조그마한 규칙들이 지켜졌더라면 이 거창한 바람은 애초에 필요없었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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