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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된 파행/정병진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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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된 파행/정병진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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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담직후부터 삐그덕 거리던 야권통합협상은 두번째 회담에서 「합당지분」이라는 암초에 부딪쳐 예정된 파행을 맞고 말았다.『오늘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들었다. 입장의 변화가 없는 한 만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14일 저녁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평민당과 민주당(가칭)의 야권통합협상대표 회담이 끝난 뒤 발표된 이같은 「합의사항」은 이미 협상의 결말이 어떠할 것인가를 예상하기에 충분했다.

「구국적 민주세력 건설을 역사적 과제로 인식한다」는 거대한 정신아래 4대 통합원칙과 3개 통합방안이 합의문으로까지 발표된 지난 8일의 1차 회담이후 일주일만에 속개된 이날 회담에서 4시간여의 토론끝에 합의한 것은 『이 상태로는 협상이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현실확인 뿐이었다. 어느측도 「결렬선언」을 하진 않았지만 다음 회담이 제대로 진척될 것인지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사실 「합당지분」만 해결되면 야권통합은 절반이상 성사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어서 협상이 이 문제에 들어가자 결렬상황을 맞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조차 하다.

문제는 협상의 결렬보다도 과연 이날 협상에서 진정 논의돼야 할 쟁점이 제대로 다뤄졌느냐는 점이다.

협상도중의 휴식시간에 기자와 만난 한 협상대표는 『이런 협상이야말로 대 국민기만용』이라는 자조섞인 한탄을 늘어놓기도 했고 협상대표중 한명은 「뻔한 결과」를 이유로 회담장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당공식회의에서 전권을 부여받고 나왔다는 대표단들은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사견」이란 주석을 달기에 급급했다. 만일 「사견」이라면 이는 당연히 막후접촉등 사사로운 장소에서 제기되어야 한다. 이날 회담은 중인환시리에 진행된 공개회담이었다.

민주당측에서는 특정인문제를 거론하는 게 협상에 도움이 안된다고 하면서도 「돌아가도 서울만 가면된다」는 식으로 김대중총재 2선후퇴를 우회적으로 관철하려 했고 평민당은 『이 문제는 언급하는 것조차 턱없는 일』이라는 입장아래 이 협상도 제대로 안되는 판에 조직강화특위를 또 만들어 조직책심사를 하자고 했다. 게다가 이러한 얘기는 「사견」이라는 무책임한 형식을 빌려 제기된 것이다.

두당의 협상대표는 좀더 솔직할 필요가 있다.

흉금을 터놓고 협상을 해도 야권통합은 될까말까하다는 게 중론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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