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으로 오인 애매한 베트남인 집단구타/시선 긴급대책회의 소집… 경찰도 내사나서【뉴욕지사=송혜란기자】 뉴욕시 브루클린지역에서 4개월 동안 계속돼온 한인청과상에 대한 흑인들의 불매운동이 결국 유혈폭력을 부르고 말았다.
뉴욕시경은 13일 새벽 3명의 베트남인들이 브루클린지역에서 일단의 흑인청년들에게 피습당해 이중 1명이 머리에 30여 바늘을 꿰매는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이날 새벽 1시30분께(현지시간) 10∼15명의 흑인청년들이 한국인과 베트남인들이 함께 거주하는 브루클린의 한 아파트에 병을 던진것이 발단이었다. 아파트안에 있던 베트남인들이 밖으로 나오자 이들을 한국인으로 오해한 흑인들은 야구방망이와 칼 병 등을 휘둘러 집단구타했다.
뉴욕경찰은 두개골에 중상을 입은 베트남인은 투안ㆍ안나ㆍ카오(36)라고 밝히고 그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월18일 이후 흑인들의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한인소유 청과상 「레드 애플」로부터 불과 2블록밖에서 발생했다. 현지 주민들은 이를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격』이라며 날로 확대되고 있는 한인과 흑인간의 인종분규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난 12일 뉴욕의 5대 TV방송을 통해 레드 애플에 대한 보이콧 중지등 인종분규 종식을 호소했던 데이비드ㆍ딘킨스 뉴욕시장은 이날 사건 직후 안나ㆍ카오씨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을 방문한뒤 고위 시 간부들과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이례적으로 뉴욕주출신 연방상원의원인 다니엘ㆍ모이니헌(민)씨도 참석,이번 사건이 전국적인 정치이슈화됐음을 실감케했다.
딘킨스시장은 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흑인들은 마땅히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나는 폭력행위에 관련된 흑인들을 더 이상 대변해 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뉴욕시경과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베트남인들에 대한 폭행에 가담한 범인색출에 나서는 한편 레드 애플에 대한 보이콧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흑인들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레드 애플이 있는 플랫부시가에는 3백여명이 넘는 흑인시위대의 행렬로 때때로 교통이 마비되는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위대는 레드 애플에 대한 불매시위를 「협박」으로 규정한 딘킨스시장의 발언에 격분,흑인인 딘킨스 시장을 『예수를 배반한 가롯ㆍ유다』라고 성토하는등 점차 과격한 구호를 외쳐대고 있다.
이들은 또 자신들의 보이콧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레드 애플을 찾은 동료 흑인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등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플랫부시공동전선」의 한 간부는 자신들의 불매운동이 「인종문제」는 아니며,플랫부시지역에서 영업중인 13개의 한인소유상점들중 레드 애플등 2개 청과상만을 대상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흑인시위대 간부들은 13일 하오 현재 딘킨스시장과 막후접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레드 애플의 경영주인 장재봉씨도 『이젠 지쳤다』며 협상용의를 밝히고 있어 이번주가 사태해결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뉴욕거주 한인상인들은 지난주말 장재봉씨에 대한 「격려금」으로 8천달러를 모아 전달하는등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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