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성 불구 확대 불투명/미북한 「유해외교」/미“민간차원” 북한“정부창구” 맞서/본격탐사 때는 관계개선 촉매역할【워싱턴=이재승특파원】 미국과 북한은 현안문제의 하나인 한국전 참전실종 미군 유해송환문제를 타결했다.
미국은 오는 5월28일 판문점 군사정전위에서 몽고메리하원재향군인회위원장이 북한으로부터 「실종미군유해」를 인수키로 했다.
미군유해문제는 인도방법에 대한 이견으로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있었다. 북한측은 미국회의원이나 행정부 대표들이 인수할 것을 요구,국교가 없는 미국과 어떤 형태의 공식관계를 설정하는 디딤돌로 이용하려 했다.
미국은 북한측의 이러한 정치적덫에 걸려들지 않고 또한 한국정부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관례대로 판문점군사정전위를 통한 인도를 주장해왔었다. 결국 미국과 북한은 반반씩 양보,절충을 한 셈이다.
엄격히 말하면 북한측의 끈질긴 고집이 성공한 측면도 있다. 미국은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북한과의 교착상태에 돌파구 마련을 위해 국회의원을 파견해 인수하는 방식을 수락한 것이다.
한국전 실종미군 유해문제는 전쟁발발 만40여년이 되는 현재까지도 매듭이 지어지지 않아 유가족들의 불평을 사왔다.
미국이 85년 북한의 랑군테러사건에 대한 응징으로 북한을 테러국가로 규정하고 외교관의 접촉단절등 보복조처를 취하기 이전 미국과 북한사이에는 실종미군 유해탐색 및 발굴문제를 놓고 미재향군인 관계자의 방북등 상당한 접촉이 있었다.
그러나 85년이후 두 나라의 관계가 극히 악화돼 원점을 맴돌다 이번에 타결을 보았다.
미국과 북한은 앞으로 이 문제와 관련,지속적인 접촉창구를 갖게될 것이다.
우선 미ㆍ북한의 상설접촉 창구인 북경의 양측대사관 참사관창구에서 이 문제를 다룰 수가 있다. 북한측은 지난 1월이후 그들이 요구해온 접촉외교관의 지위격상을 이번 유해송환방법의 타결을 기회로 다시 강력히 요구할지도 모른다.
미ㆍ북한은 미군유해의 탐색과 발굴협력이란 이름으로 별도의 창구개설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창구의 성격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까다로운 문제가 내재해 있다. 북한측은 가능한한 정부대표가 참여하는 공식기구화를 요구할 것이고 미국측은 민간기구의 성격으로 하자고 주장하게될 것이다.
미ㆍ북한이 이러한 후속문제에 대해서도 합의,본격적인 유해탐색과 발굴 및 송환이 이루어진다면 미ㆍ북한 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측관계자들은 실종 미군을 약 3천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포성이 멎은지 40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 유해를 얼마나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해도 북한측의 이번 유해 송환의 상징적의미는 크다.
미국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지난 4월 미국과 남북한의 관계를 설명하는 어떤 자리에서 『유해송환은 미국이 제안한 관계개선요건중 북한측이 가장 부담없이 미국여론에 호의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미ㆍ북한간의 「유해외교」는 활력잃은 미ㆍ북한접촉을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하는 촉매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앞으로 어떠한 카드를 갖고 있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베트남은 유해송환문제에서 적극적으로 미국에 협력했다. 또한 구사이공정권관리와 미군혼혈아의 미국행에 동의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소련군이 부분철수하는 캄란만 기지를 미군에게 임대하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ㆍ캄보디아문제 등을 감안,외교관계를 트지않고 있다.
북한은 팀 스피리트훈련을 이유로 그 동안 한국 및 미국과 가졌던 모든접촉을 단절했다가 훈련이 끝나자 선택적으로 접촉을 재개했다.
북한측은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조지 워싱턴대학 중ㆍ소문제연구소와 일본의 요미우리(독매) 신문이 워싱턴에서 공동주최하는 남ㆍ북한ㆍ미ㆍ소ㆍ일ㆍ중ㆍ말레이시아 등 7개국 전문가들의 아시아문제 세미나에 학자 3명을 파견키로 했다. 또한 초청해 놓고 방문을 중단시켰던 워싱턴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수석연구원의 방북을 허용키로 했다. 북한은 학자 체육계 및 종교계 인사의 교환 등 비정치적 교류에서 미국측의 개방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소극적이다. 미국무부의 한관계자는 『그같은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과의 공식접촉에서 한국을 배제하려는 책략을 버리지 않았다.
북한측은 열어놓은 비정치차원의 교류확대는 외면하고 제한적인 외교관접촉 창구의 격상을 시도해 왔다. 북한측이 전통적인 냉전사고의 대미접근방식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유해송환문제 타결이 그것 자체로 끝날 것이다.
미국은 미ㆍ북한관계를 발전시키는 요건으로 ▲남ㆍ북한 협상촉진 ▲대미 비난방송 중단 ▲판문점 공동감시구역에서의 비무장 및 상호군사훈련통보와 참관,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 등 신뢰구축행위 ▲테러와 테러지원행위 중단 ▲이번에 합의한 실종미군유해 송환문제등을 제안해 놓고 있다. 유해송환문제는 요건중의 하나일 뿐이다.
부시행정부는 언론과 의회 일부에서 한반도에서도 동구에서와 같은 긴장완화의 획기적인 조처를 모색토록 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시행정부도 한반도에서 동구형의 신기원이 일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북한이 남한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통일정책과 군사정책을 수정하지 않는한 구조적인 긴장완화는 어렵다는 데 미국은 한국정부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해치면서 북한과 접근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기본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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