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재 2선 후퇴」일단 잠복/평민“소극”비난우려 이위원장 발언 문제안삼기로/민주 “50대50 지분관철”원외조직책 반발 겨우 무마지난 8일 첫 모임에서 통합원칙을 합의,발표했던 평민ㆍ민주당(가칭)의 야권통합협상이 14일 2차회담을 갖는다.
두 당의 10인협상대표들은 2차회담에서 통합에 필요한 적나라한 얘기들을 나누기 위해 회담장소를 한적한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로 정하고 시간도 하오7시를 택하는 등 서로 협상에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느라 애쓰고 있다. 또 이날은 합숙까지 하면서 구체적 결론을 도출해 내겠다는 각오까지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기택 민주당창당준비위원장의 「김대중평민총재 2선후퇴」발언파문이 아직도 짙은 앙금을 내리고 있는 점을 볼 때 통합협상이 협상대표들의 각오처럼 순조로울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극히 미미하다.
이는 두 당의 협상이 절실하게 통합을 원해 이뤄진 게 아니라 야권통합이 갖는 명분과 당위성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두 당내에는 통합에 적극적 의지를 갖고있는 인사들도 적지 않지만 대다수는 통합이 갖는 개개의 실리를 면밀히 계산,통합에 부정적 시각을 이미 형성해 놓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따라서 이제 초입단계인 두 당의 통합협상은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진통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평민당은 이기택 민주당위원장의 발언이 김총재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지극히 분노하면서도 겉으로는 문제를 삼지않고 통합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차제에 민주당쪽에서 또다시 그러한 얘기가 나오지않도록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당지도부나 협상대표들은 문제를 삼을 경우 오히려 통합에 소극적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들을 우려가 높다며 자제하고 있다.
이위원장의 「문제발언」이 있은 다음날인 9일 평민당의원들이 과격한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이위원장을 비난했지만 10일 당통합추진위회의에서 더이상의 거론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매듭지은 것도 그래서이다.
그러면서 평민당은 통합협상분위기 제고를 위한 「듣기 좋은 소리」만을 집중적으로 내고있다. 통합추진위 위원장인 최영근부총재가 『협상의 전도에 놓여 있는 숱한 어려움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예상했던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나 『협상대표단이 공식으로 통고해오지 않는 얘기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한일』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민당이 통합협상에 이렇듯 적극적 자세와 성의를 보이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출발하고 있다. 평민당은 우선 유일야당으로서 야권통합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을 받고있다. 이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성의를 보이지 않을 수 없으며 원내의석비가 70대8임에도 불구,당대당 통합원칙에 합의한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지역당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도 민주당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평민당으로서는 이밖에 당대당으로 통합하더라도 원내의석이나 인적자원등 모든 면에서 민주당보다 절대우위에 있기 때문에 형식은 「통합」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흡수」가 된다는 계산도 하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만큼 평민당은 통합이 성사되면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협상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있다.
○…야권통합과 관련한 민주당의 고민은 역설적이게도 통합협상의 첫산물인 협상대표들 사이의 합의문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가장 큰 딜레마는 역시 민주당 스스로가 주장해 왔던 「대표경선」부분. 민주장은 당초 김대중평민당 총재의 2선후퇴를 전제로한 야권통합을 내세웠다. 그러나 야권통합이 갖는 명분에 눌려 김총재2선후퇴론을 수면하로 감추고 실질적 경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방침을 선회했던 것.
이같은 방침이 합의문을 통해 「대표경선」이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발표되자 자신들의 입지에 불안을 느낀 원외지구당 조직책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고 이를 감지한 이기택위원장이 합의문이 나온지 2시간이 채못 돼 문제의 발언을 했던게 전후의 사정이다.
그리고 발언 다음날인 9일에는 원외가 절대다수인 창당준비위 전체회의에서 합의문 재 검토주장이 강하게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찬종ㆍ김정길의원 등 통합추진위원들은 11일의 통합추진위회의와 13일의 창당준비위 전체회의에서 『결코 「김대중당」 형태로 흡수되는 식의 통합은 않는다』는 합의문 재 검토주장을 설득,일단 「대표겅선」을 당론으로 뒤늦게 추인하면서 가까스로 14일의 2차 협상대표회담에 임하게 됐다.
따라서 14일 회담에서의 민주당입장은 「실질적 대표경선」을 위한 50대50의 지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즉 당대당 통합의 원칙에따라 전당대회의 투표권이 동등해야 하며 모든 면에서의 몫이 균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협상대표인 김정길의원은 『평민당이 말하는 것처럼 70대8의 의석비율이 현실인 것은 사실이나 서울ㆍ경기 이외의 비호남지역에 엄존하고 있는 김총재 거부반응도 감안해야할 현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은 김총재2선후퇴주장을 일단 잠복시키는 대신 통합과정에서부터 합당후의 결과에까지 균분을 요구,사실상의 「문제해결」을 구상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위원장도 『당론에 따라 협상에 임해야 하지만 당내기류에 대한 사실 인식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협상대표들에게 당내사정을 감안한 행보를 요구하고 있어 대표들의 협상영역을 좁히고 있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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