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해소등에 “명분”/「교대집권」인상줄까 우려/의원수 확보관련 소선거구제 변경도 거론내각제개헌이 이루어질 것인가. 민자당이 지난 9일의 첫 전당대회에서 내각제를 지향하는 내용의 강령개정안을 채택함으로써 정치권의 단골 「잠복이슈」가 다시 쟁점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영삼 민자당대표 최고위원이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은 내각제 논의의 시기가 아니다』라고 조기부상을 경계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자당을 포함한 여권의 분위기는 논의의 수준을 휠씬 넘어선 인상이 짙다.
김대표도 내각제 논의의 시기상조를 강조하면서도 국민적 공감대형성을 전제로 내세워 제도자체에 대한 기본인식의 일단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자세는 김대중평민당 총재가 명백한 「내각제반대」의사를 표하고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무엇보다도 김종필ㆍ박태준 두 최고위원의 발언은 여권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내각제 논의의 심도를 주저없이 드러내고 있다. 김최고위원은 개정강령에 대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언명」했는가 하면,박최고위원은 『당공식회의에서 강령의 구체화 작업이 곧 있게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내각제는 「5ㆍ16」을 부른 제2공화국의 약체정부를 상징한 이래 줄곧 원론적 상태에 묻혀있다 5공말기 소위 「이민우구상」으로 현실적가시권에 진입했으나 대통령직선제의 「힘」에 밀린뒤 고유의 가치성을 상실했던 이력을 갖고있다. 민자당의 강령개정은 내각제논의가 본격적으로 부활될 것임을 충분히 상정케 하지만 이같은 전력이 말해주듯 그 앞길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 김대표와 민주계인사들이 민정ㆍ공화계보다 상대적으로 확연한 입장표명을 유보하는 이유도 내각제가 우리 정치현실에서 지니게 된 「특수성」에 기인한다고 말할 수 있다.
○…민자당이 강력에 내각제도입의 내용을 담게된 것은 3당합당합의가 도출될 수 있었던 「필요조건」으로 내각제가 깊이 다루어졌던 결과로 간주되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3당합당이 애당초 대립관계의 정치세력간에 「제휴」의 성격을 갖고 있었던 만큼 권력승계나 지도체제를 두고 적절한 역할분담이 수반됐으리라고 본다면 합당을 가능케한 기본전제가 내각제의 도입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꿔말해 5년임기의 대통령제로는 합당주역들간의 「권력수요」를 도저히 조정할 길이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합당이후 끊이지 않았던 계파간 갈등을 다시 떠올려봐도,합당의 핵심조건일 권력승계 문제를 안정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타협적」 장치가 상호 요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자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지금까지의 경향으로 미루어 당내의 계파성은 갈수록 구조화된다고 봐야한다』며 『최고위원들간의 협의제 당무운영방식 자체가 바로 이같은 예견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대통령제가 고수될 경우 특정계파의 대통령에게 보장된 힘의 집중성은 다른 계파의 입지를 치명적으로 약화시켜 버릴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점에서도 대통령제는 배제돼야 만하는 것이다.
○…이렇듯 민자당은 그생성 배경으로부터 내각제를 필요로 하는 사정을 갖고있고,이는 바로 내각제 논의가 되도록 자연스럽게 시발되도록 해야하는 부담으로 연결되고 있다. 즉 외부로부터의 공론화과정이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는 입장인 것이다.
내각제에 대한 여론형성 및 확산과정에서 「대권교대」의 인상이 부각될 경우 자칫 개헌대호언의 「엉뚱한」 쟁점으로 비화될 소지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대표와 민주계가 내각제논의를 되도록 미루려는 이유도 이런 껄끄러움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민주화의 대명사로서 대통령제가 가졌던 대국민호소력의 관성을 계속 유도하려는 공세를 취할 것이고,이는 과거 대통령제를 주창했던 김대표를 난처하게 몰고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난 대통령선거가 남긴 치열한 지역감정과 국력소모 등의 후유증은 내각제본연의 타당성을 정계와 지식인 그룹사이에 되살린 것이 사실이다. 또 구민정당의 당론이 내각제를 견지하고 있었고,구공화당 역시 공인된 내각제 지론자였음에 비추어 내각제논의가 반드시 정략적 동기로부터 유발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계의 합당협상 창구였던 황병태의원은 내각제논의의 복합적함축을 기능성과 정치성이란 양측면의 틀로 분석하고있어 흥미롭다.
그는 『이제 내각제의 기능적 장점들을 있는 그대로 유의,활발한 논의를 해볼 시기와 여건이 성숙했다』고 내각제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내각제를 보는 국민 일반의 시선에 담긴 문제성을 도외시해서는 결코 안된다』며 여론의 풍향이 제1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황의원의 이 말은 정치권의 일방성이 초래할 수 있는 역작용에 대한 깊은 우려인 한편 내각제 문제를 다뤄나갈 민주계의 기본입장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내각제 개헌이 이뤄질 시점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에서부터 92년초에 이르기까지 민정ㆍ공화계및 민주계 사이에 완급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개헌일정은 노태우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93년으로 부터 적정시점을 역산해들어가 설정된 것이지만 민정ㆍ공화계가 조기 매듭쪽인 반면 「충분한 기간」을 원하고 있는 민주계의 사정이 그대로 읽히는 대목이다. 민주계로서는 경제ㆍ사회적 현안들을 정돈하는 데 우선 치중,권력문제에 대한 집착인상을 완화시켜둘 필요를 느끼는 데다 현행 대통령제에서 김대표가 취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가변적 상황으로 남겨두고 싶은 심리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내각제로의 정치이슈전환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민자당내에서 김대표의 「업적」이 축적 될만한 시간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현행 소선거구제 변경여부가 관건이라는 점. 정당의 의원수확보가 정권에 직결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토가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다. 선거구제문제는 내각제의 정상적 성공여부가 달린 사안이기도 한마큼 중선거구제의 채택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는 가운데,야당과의 동반당선으로 인한 민자당의 「손해」를 들어 소선거구제고수의 견해도 만만치않은 실정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국회개헌선 유지의 문제는 민주계의 개별적 이탈가능성과,이를 벌충할 수 있는 평민당과의 이해접목을 상정할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중요변수로 간주되고 있기도 하다.【조재용기자】
◎합당선언서 이미 암시/공청회안등 공론화 움직임 활발/김대표도 “배제안한다” 진한여운
○…최근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내각제논의의 시발은 어디일까. 또 그 종착역은 어떻게 될까. 권력구조에 대한 논란은 우리의 근대정치사와 연원을 같이하는 것이지만 이같은 물음을 합당정국에 좁혀보면 작금의 내각제 개헌움직임은 상당한 무게를 싣고있는 것 같다. 「혈액형」이 다른 정파가 한집살림을 이루는 과정에서 사전에 「역할분담」이 전제되지 않을 수 없고 이것이 「1노2김」간의 내각제에대한 암묵적 합의로 연결됐다는 얘기다.
실제 1ㆍ22합당선언 당시 고위실무자들이 작성한 합의문중엔 『내각책임제가 정치안정과 국가발전에 보다 효율적인 제도일 수 있으며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는 대목이 적시되기도 했다. 3자회동에서 이 대목은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정치체제와 정치문화를 창출한다」고 바뀌었다.
이와관련,합당에 정통한 소식통은 『당시 실무선에선 내각제개헌문제가 깊숙이 논의됐고 3자회담에서 노태우대통령과 김종필씨는 이를 명문화하자고 주장한 걸로 안다』며 『그러나 최종순간에 자칫 통합의미가 차기대권과 직결된 「권력담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감안됐던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3인은 1차전당대회서 이대목을 분명히 천명하기로하고 넘어갔으나 합당1백여일간 상할대로 상한 당의 「몰골」때문에 내각제 시간표를 재조정해야하는 상황을 맞게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합당전후시기 및 최근 「1노2김」의 언행과 측근들의 얘기를 서로 얽어보면 사정이 더욱 분명해진다. 노대통령과 김종필최고위원의 경우 내각제를 정치적 소신으로 표방해온지 오래지만 지난해말 「YSJP」골프회동을 가능하게 했던 배경엔 내각제에 대한 교감이 크게 작용했던 사실도 있다.
여기서 「1노2김」의 「어록」을 더듬어보면.
노대통령은 합당전인 1월10일 연두기자회견때 내각제 개헌여부와 관련, 『국민이 택해준 제도를 대통령이 구체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는 데는 3년으로 어렵다.… 그러나 헌법이란 영구히 가변성이 없는 게 아니며 어느 시점에 가서 대통령제 헌법을 고쳐야할 때가 있거나 근본적으로 딴 방향으로 나가야겠다는 국민전체의 뜻이 있다면 가변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월25일 취임2주년 회견에서 『합당때 내각제를 깊이 얘기하진 않았다. 다만 6ㆍ29선언때도 밝혔지만 내각제가 의회민주주의를 위해 좋은 제도이고 따라서 국민이 원하면 헌법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지금은 이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김영삼대표는 계속 시사를 던지는 노대통령과 달리 2월12일 관훈토론회에서 『대통령중심제를 실시한후 2년밖에 지나지 않은 현재 내각제로의 개헌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거론된 바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강령개정으로 당내에 내각제문제가 부상되고 있는 시점에서 가진 5월11일의 회견에선 『개인적으로 대통령제와 내각제중 어느 하나를 배제하지 않고있지만 지금은 난국타개가 시급한만큼 그문제를 논의할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며 시간문제라는 듯 「진한」여운을 남기고 있다.
두가지 언급의 사이에서 이같은 김대표의 태도변화를 가져오게 한 특별한 여건변화를 발견키 힘든다는 점에서 내각제가 합당의 주요관점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박태준최고위원이 공공연히 내각제를 향한 공감대형성과 관련,세미나ㆍ공청회등 「진이보」 방안을 주장하고 있는 점도 유의의 대상이 된다.
특히 이같은 내각제논의 공론화 움직임에 민주계가 별다른 「저항」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특이한 대목.
구체적으로 개헌일정이 여권 고위소식통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사정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내각제로의 권력구조개편이 3당통합의 「동축」이었다는 뚜렷한 흔적을 느끼게 해주고 있으며 외형상의 「시기상조론」이 수면하의 내각제 흐름을 은폐해왔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정치지도자들의 「담합적」 합의는 최근의 반민자시위에서 보듯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또한 당의 체제가 정비되면서 1노2김 간의 당초 약속도 부분적으로 흔들리고 있고 당내의 비판적 시선도 적지않은 편이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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