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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병근절 “예외없다” 실천/국세청,중산층ㆍ중간기업 투기조사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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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병근절 “예외없다” 실천/국세청,중산층ㆍ중간기업 투기조사 의미

입력
1990.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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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계층 대상… 투기온상 없애/투자와 구분ㆍ행정 뒷받침 과제/매카시즘적 단속ㆍ국민불안ㆍ조세저항 우려도12일 국세청이 중산층과 중간규모기업의 부동산투기행위를 내달중 전국적으로 일제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4ㆍ13」「5ㆍ8」투기억제대책의 취지를 실천에 옮기려는 자연스런 정책집행의 흐름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4ㆍ13」 대책이 상습투기꾼을,「5ㆍ8」 조치가 업무용을 위장한 대기업의 투기행위를 각각 직접적 규제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볼 때 그 중간층인 봉급생활자나 중간규모기업의 투기간여도 어떤 형태로든 근절돼야 함은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국세청이 발표한 상습투기자 1백68명의 명단속에 중소기업체대표 의사 가정주부를 비롯,심지어 농민도 상당수 포함돼 중산층과 중소규모기업의 투기색출이 시급한 과제임을 입증했다. 또 지난 10일 10대 재벌그룹이 1천5백만평이상 부동산을 매각키로 확정하는 과정서 재계관계자들이 『중견기업이나 봉급생활자등 여유돈을 가진 중산층이 땅투기에 가세한 사례도 적지않은 데 유독 대기업만 속죄양을 삼으려 하냐』고 불만을 터뜨린 것도 사실이어서 이래저래 이들 중간계층이 투기조사 대상에서 빠질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국세청은 부동산투기 망국병에 전염된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추적,앞으로 투기는 꿈도 꾸지 못하게 하겠다는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그러나 국세청의 이번 방침에 대해 의욕은 인정되나 갖가지 부작용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않다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서영택국세청장은 이날 전국지방청장회의에서 『최근의 부동산투기는 중산층등 개인과 기업이 재산증식수단으로 부동산을 취득함으로써 비롯 된 것』이라고 전제,『이들에 대한 지속적 조사와 감시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청장의 발언내용중 「재산증식」 수단으로 부동산을 샀다는 대목은 특히 세심한 주의환기가 필요할 것 같다.

지금까지 연례행사처럼 부동산 투기대책을 마련할 때마다 경제부처 실무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을 사는 행위를 투기로 볼 것인가 투자로 여길 것인가 애매한 점이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곤 했다.

다시말해 봉급생활자가 한푼두푼 모아 제법 목돈을 만들었거나 정년퇴임후 퇴직금을 손에 쥔 사람들이 마땅히 투자할 만한 대상을 찾지못하는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 투기행위여부를 판단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투기ㆍ투자의 판정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

명료한 기준없이 무차별조사를 실시할 경우 극단적으로 말해 매카시즘적 단속바람을 일으켜 상당수 선량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하고 조세저항을 부르면서 관계공무원의 독직우려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지적할 사항은 행정력이 예상되는 업무폭주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냐하는 점.

국세청은 지난 「4ㆍ13」「5ㆍ8」등 이미 발표된 대책을 처리하는 데도 그야말로 손이 모자랄 지경인게 사실이다.

「4ㆍ13」 대책에서 ▲농지매매증명ㆍ토지거래허가필증 부정발급사례 색출을 위한 합동단속반에 참여(6월까지 전국 20개지역) ▲상습투기자 인적사항 전력을 관리,세금추징ㆍ여신규제ㆍ분양권배제ㆍ출국금지 ▲이달부터 증여세에 공시지가(9월 발표)를 소급적용 ▲8월말까지 건설부 토개공ㆍ감정원과 함께 2천4백만필지의 공시지가 확정등 해야할 일이 산적해 있다.

또 5ㆍ8조치로 ▲이달중 5대 계열기업군,내달엔 나머지 44개 계열군의 비업무용 부동산실태조사 ▲임직원의 개인목적 부동산취득실태 추적감시 ▲30대계열에 대해 임직원 명의부동산 보유실태조사등 숙제가 쌓였고 아울러 감사원과 함께 일선 세무서의 5ㆍ8조치 추진상황도 정기감사해야 할 판이다.

이날 서청장의 독전사실이 알려지자 일선 실무자들은 『도대체 일을 하라는 건지 아예 포기하라는 얘긴지 알 수 없다』고 쑤군거린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국세청이라 한들 자유경제체제하에서 「세정경찰국가」를 이룰만큼 유능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뒤집어 말해 애시당초 안될 일을 적당히 시늉만내다 발을 빼겠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이와함께 세무당국을 비롯한 이번 부동산대책 관련부처는 『이미 대다수 국민들이 강력처방에 사실상 불감증 상태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새겨들어 볼 필요가 있다.

4ㆍ13조치이후 이날 국세청방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투기대책과 관련,공직자ㆍ정치인등 소위 권력을 이용한 투기조장행위자가 과연 한사람도 없었던가에 대해 여론이 끈질기게 의혹을 품고 있음을 정부는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다.

또 대기업 상습투기꾼 중산층등 모든 땅투기행위자들에게 근본적으로 지가상승기대를 부추긴 정부의 각종 개발 공약을 차제에 재정리,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사업을 확실히 구분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세청의 의욕은 높이 사 줄만 하지만 세정차원의 대처는 결국 일단 투기가 발생한 뒤 사후적으로 응징하는 악순환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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