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청산작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검찰은 국회문공위에 의해 위증혐의로 고발된 허문도 전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에 대한 사건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허씨가 청문회에서 위증을 했는지의 여부는 미국에 체류중인 권정달 전민정당사무총장이 돌아와 진술할 때까지 밝힐 수 없다』며 허씨를 기소중지 처리했다.기자강제해직과 언론탄압을 주도한 권씨가 허씨와 이 문제를 놓고 사전협의나 업무협조를 했는지에 대해 권씨의 진술이 필요불가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기소중지의 주된 이유였다.
검찰발표대로라면 권씨는 이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인물이므로 귀국즉시 소환조사해야 할 중요참고인인 셈이다.
그러나 정작 권씨가 지난달 26일 밤 극비리에 귀국한 이래 검찰이 취한 태도는 수사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검찰은 권씨의 소환시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아직 소환일을 결정하지 않았다』며 언급을 회피하기 일쑤였고 권씨가 단순한 참고인자격에 불과하다는 사실만을 강조했다.
권씨가 검찰의 5공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88년 6월 비밀리에 출국,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도피성 출국을 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인물인 만큼 또다시 극비출국을 하지 못하도록 출국금지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검찰은 『참고인에게 출국금지를 한 전례가 없다』며 얼버무렸다.
검찰의 권씨에 대한 「배려」는 소환과정에서도 나타났다.
12일 상오 11시 권씨가 비밀리에 검찰청사로 출두,조사를 받고 있는 그 시간,박종철서울지검장은 권씨의 소환여부를 확인하는 기자들에게 『금명간 소환할 방침』『오늘 오후께나 나오게 될 것』이라고 시치미를 뗐다.
몇분뒤 권씨의 소환사실이 확인되자 박검사장은 『권씨가 사진기자들을 피하기 위해 소환사실을 비밀에 붙여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궁색하게 변명했다.
권씨의 소환조사를 둘러싸고 검찰이 보여준 아리송한 태도는 5공 비리가 정치적으로는 일단락됐으나 수사차원에서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밝힌 당초의 방침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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