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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의 대보수 작업(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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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의 대보수 작업(사설)

입력
1990.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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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사회에 널리 번진 각종 병폐는 응급치료나 일시적 땜질로는 고쳐가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부패와 누수현상이 위험도를 오르내린 지 이미 오래다. 단칼의 척결이란 기대하기도 힘들고 시원한 효과를 볼 수가 없다. 손을 대려면 근본부터 대고 뿌리를 다스려야 한다.얼른 눈에 띄는대로 거리의 무질서와 교통경찰의 부정에서 시작하여 퇴폐의 난무와 폭력에 대한 무감각이 퍼질대로 퍼져 버렸다. 게다가 기업의 반윤리성이나 공직사회의 기강 문란이 구조적으로 이뤄지고 아무런 제동없이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미뤄 우리 사회는 총체적인 도덕성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이 상황을 바로 잡으려면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각성과 각오가 시급하게 요청된다. 따라서 아픔과 희생은 불가피하다. 이런 것들이 두려워 미적거리며 시기를 놓치면 병폐와 혼돈은 가중될 뿐이다.

갈피를 못잡던 정부시책이 강성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부동산투기에 대한 단호한 조사와 대응에 이어,공직사회는 물론 정치인과 사회지도층의 비리에 정부는 새삼 사정의 칼을 뽑고 나섰다. 가지가 아니라 먼저 뿌리를 쳐야겠다는 진맥과 결단은 옳게 잡은 셈이다.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낙관하기보다 이번엔 끝장을 보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칼을 안 뽑은 게 백번 낫다. 한번의 으름장으로 일벌백계를 노린다면 그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만 잡아 혼을 내고 1백명은 빠져나가게 한다면 일벌도 백계도 바랄 수가 없다.

특명사정반 설치를 전후해서 정부는 몇가지 과감한 조치를 단행하고 공직의 비리를 밝혀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혹과 회의의 눈초리가 따가운 것은 무슨 까닭인가. 아직은 두고보자는 누적된 경계심 탓이다. 부동산투기 조사와 적발에 왜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소행은 드러나지 않는 지 궁금해 한다.

지금까지 사정의 무력과 불신은 일시성과 형평의 상실때문이었다. 용두사미격으로 처음 으름장만 요란하고 떠들썩하다 가라 앉으면 같이 주저 앉아 버린 타성을 잊지 못한다. 특별이니 비상이니 하는 강도 높은 조치의 결말은 대개 그렇고 그렇게 끝나버린 쓰라린 뒷맛이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는 노태우대통령이 특명까지 내린 비상조치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몇번이고 다짐해 주기를 원한다. 아울러 특명이나 비상을 빙자한 권력의 오용과 후유증에 대한 경계에도 안전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공연히 공직사회에 불안을 안기고 경직만 몰고 온다면 정부기능은 또 다른 장애로 고전하게 될 것이 뻔하다. 게다가 이를 핑계로 무책임과 창의성의 포기,무사안일이 끼어 든다면 오히려 역작용에 의한 악화가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특명사정반의 자세와 활동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신중함을 앞세워 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목표로 설정한 민주화의 성취를 위해선 자정의 보수작업이 강도있게 진행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내 멋대로의 무질서와 마구잡이식 탐욕은 사회의 공적으로 단죄하여 건전의 기반을 빨리 확립시켜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전반적 사회분위기의 전환도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소망이다. 옳고 깨끗해야만 살아 남는다는 확신이 고루 퍼지면 도덕성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인의 생활이 그러해야 하고 정치와 공직과 기업의 풍토가 달라질 수 있다면 지금의 고통은 내일의 보약이 됨을 바라게 되고 현실화 하리라 믿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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