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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마찰 새불씨로/신화사 전홍콩분사장 「미국행」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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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마찰 새불씨로/신화사 전홍콩분사장 「미국행」 파장

입력
1990.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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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단순여행” 미 “사실상 망명” 다른주장/“6ㆍ4때 홍콩시위 못막았다” 질책받아/요직섭렵 엄청난 정보가치… 임표이후 최고위급 「탈출」【홍콩=유주석특파원】 신화사 전홍콩분사장 허가둔(74ㆍ본명 허원문)이 지난 4월말 비밀리에 출국한 뒤 홍콩을 거쳐 미국에 간 것이 확인됐다.

미 국무부는 지난 11일 허가 『현재 미국내에 체류중이며 정치 망명은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신화사 대변인은 허가 『현재 휴식을 위해 해외여행중』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신문들은 허의 돌연하고 이상한 행동을 놓고 망명이냐 아니냐로 갈려 추측보도가 무성하다.

허의 미국 방문설은 지난 8일 홍콩 신화사로부터 처음 흘러나오기 시작,지난 10일 하오에는 홍콩 증권시장에 루머로 널리 유포됐다.

이 소문이 유포되고 확인되는 과정은 허의 향후거취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간에 그동안 미묘한 신경전이 오갔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신화사 홍콩분사 부사장 정화는 지난 8일 저녁 신만보 문회보 등 홍콩내 친중국계 신문 관계자들을 불러 「허사건」과 관련한 보도대책등을 의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의 후임인 주남 사장은 지난 7일 급거 북경으로가 당정 지도부와 문제를 협의하고 10일 하오 귀임했다.

북경측의 의도는 허가 망명한 것이 아니라 일시 여행중이라는 쪽으로 그의 미국행 소문을 확인,단순화시키려 했던 것이 아닌가 보인다.

이에 대해 홍콩주재 미 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10일 하오 일부외신과 홍콩내 모영문 일간지에 허의 미국행을 비공식 확인해주면서 「사실상의 망명」이 아니겠느냐는 식으로 미묘한 정치적 뉘앙스를 흘린 것으로 알려져있다.

허는 지난 2월 홍콩분사장을 그만두고 귀국한 뒤에도 2개월 남짓한 사이에 3차례나 홍콩을 다시 방문하는 등 출입국이 자유로웠던 만큼 이번 미국행도 일시여행이라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망명」일 경우 그의 전력과 비중에 비추어 미중간에 새로운 마찰을 빚을 소지가 크다.

양국간의 이런 미묘한 관계를 반영하듯 현재 허 자신도 애매한 처신을 하고 있다.

그는 망명이 아니라 『2∼3년간 휴식을 갖고 싶다』는 뜻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명보는 12일 북경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허가 LA에 도착한 후 등소평과 양상곤 등에게 이같은 뜻을 밝힌 장문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보도했다.

허는 등소평의 측근심복으로 알려져 있던 인물이다.

홍콩분사장 시절 그는 자주 북경을 오갔으며 그때마다 적어도 한차례 이상 등과 만나지 않고는 귀임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작년 5∼6월 북경 민주화운동때 홍콩내 좌파 세력들도 가두지지 시위에 나섰고 허는 당시 북경에가 등과 상의하려 했으나 만나주지 않았다는 것.

허는 대신 양상곤과 이붕을 만났는데 이들은 허가 홍콩의 분위기를 장악못하고 있는데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이붕은 허를 갑자기 퇴임시키고 외교부 부부장이던 주남으로 대체해버렸다.

허의 미국행을 사실상 망명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가 비록 홍콩 왕래가 자유스러웠다고 해도 이번 미국행의 절차가 결코 정상이 아니었던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만일 허가 귀국하지 않을 경우 지난 71년 임표이후 외국으로 「탈출」한 최고위급 당간부가 되는 셈이다.

허는 강소성 태생으로 22세때 공산당원이 돼 52년간 당료생활을 해온 중공당의 원로급.

당중앙위원ㆍ강소성당 제1서기를 거쳐 지난 83년6월30일 신화사 홍콩 분사장으로 부임했다.

신화사 홍콩분사는 홍콩을 관할하는 중국의 대표기관이며 분사장은 그 최고책임자로 사실상의 대사이자 행정수반이다.

반세기가 넘는 오랜 당료생활을 통해 중앙과 지방,외교문제,당정 최고지도자들의 생각과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당내 사정에 정통한 만큼,허는 그 자신이 어느나라라도 탐낼 만한 엄청난 정보,그 자체로 평가될 수 있다.

그는 홍콩분사장 재임시절 북경 광명일보에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필요」라는 논문을 싣기도 했고,이임 직전인 지난 1월 심수의 한 공식 석상에서는 「백준경주,능자탈괴」라는 즉석휘호를 남기기도한 개혁지향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허는 지난 85년 당중앙위원에서 물러나면서 중앙고문위위원이 됐으며,88년부터는 전인대 상무위원을 겸하고 있다.

홍콩분사장 퇴임후 지난 3월 전인대 때는 외신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는 등 의기소침한 태도를 보였고 그의 여권이 회수되리라는 소문까지 나돌아서 일부관측자들이 그의 해외도피 가능성을 점쳤던 것이 사실로 나타난 듯 하다.

허는 이번 미국행에 10명의 자녀중 한아들과 며느리ㆍ손자와 함께 갔고,이들 직계외에 홍콩의 한 유력기업인 친구를 대동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허가 갖고 있는 여권은 지난 4월말 이미 만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의 이번 미국행은 북경의 현지도부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망명은 아닌 장기체류라는 이상한 모양으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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