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의 부동산투기와 관련해서 1개 시중은행의 장이 해임되고 4개 시중은행장들이 문책성 경고를 받았다. 표면상 이유는 이들 은행이 특정재벌그룹에 과다한 대출을 해줌으로써 이 대출금이 비업무용 부동산 매입자금으로 활용되는 것을 묵인ㆍ방조했다는 것인데 특정재벌의 주거래 은행장들이 구체적인 금융사고와 관계없이 단순히 은행장으로서의 관리책임만으로 문책을 받고 해임당하거나 경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처음있는 일인만큼 우리들의 관심을 끌게 한다.10대재벌그룹의 소유부동산 일부매각결의나 시중은행장들에 대한 무더기 문책조치가 부동산투기억제를 다짐하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신선한 충격을 주는 조치임을 인정은 하면서도 그 효과의 크기나 지속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 솔직한 우리들의 심정이다.
시중은행장들한테 여신관리의 소홀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책의 방법에 어떤 원칙과 기준이 적용되었는지 우리로서는 헤아리기 어려우며,과연 여신관리의 소홀이 은행측 단독의 책임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심이 간다. 은행여신의 상당부분,특히 재벌급 기업들에 대한 여신행위에 있어서는 과거에 흔히 정부의 입김이 적지않게 영향을 끼쳐 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고 또 은행으로서도 영업상 재벌급 기업들의 비위를 거스르기 힘든 처지에 있었음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한일은행장의 해임이 비단 은행장으로서의 여신관리 소홀만을 물은 것이 아니라 때마침 진행중에 있는 공직자 문책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본다면 아마 앞으로 문책성 인사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하겠는데 그럴 경우 문책의 내용과 원칙,기준은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10대재벌들이 표명했다는 부동산 일부매각결의에 대해서도 우리는 긍정적 평가만을 줄 수는 없다고 본다. 이들의 결의가 일단 타기업이나 일반국민에게 다대한 심리적 영향을 줄 수는 있었다고 인정은 되지만 그 판매대상 선정이나 내용이 반드시 일반의 공감을 받을 만큼 충분한 것은 되지 못한다고 여겨진다.
땅을 내놓기는 했으나 그 분량이 전체소유부동산의 5분의 1 정도밖에 되지않는데다가 이정도의 수준이면 되겠느냐고 정부의 의사를 타진하는 눈치작전까지 폈다는 소문이고,처분키로 한 부동산명세에는 이름 뿐인 것들도 적지않게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말로 미흡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투기근절을 위한 정책방향이 제대로 궤도를 찾아 들었다고 보고 싶으며 그같은 노력이 중단없이 꾸준히 지속되어야만 비로소 실효를 거둘 수 있게 되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까지 타성적으로 묵인되어 오던 은행의 불건전한 여신행위는 이번일을 계기로 시정되어야 할 것이며,10대재벌들 뿐만 아니라 다른 대소기업들,그리고 공기업과 사회ㆍ종교단체들이 과다히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도 계속 매각토록 정부가 유도하고 감독해야 옳을 줄로 안다. 투기근절을 위한 노력은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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