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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회동/방준식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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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회동/방준식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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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린 10대재벌회장의 경제난국극복을 위한 결의모임은 그 추진과정에서부터 해프닝의 연속이었다.「자발적인 모임」이라는 형식은 겨우 갖췄지만 총부동산매각규모와 그룹총수가 직접 참석해야 한다는 지침을 미리 하달한 정부측이나,자기그룹의 부동산매각평수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벌였던 눈치작전,『우리 회장님은 이런 행사에 잘 참석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이 대신 참석하면 안되겠느냐』고 읍소한 일부 그룹들의 태도등을 보면 과연 이같은 결의대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또 다른 때 같으면 서로 자기그룹의 매출액이나 자산을 불려 발표,재계랭킹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재벌들이 이번만큼은 오히려 재계랭킹을 내리지 못해 안달하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한진그룹은 『매출액으로 따져 재계랭킹 8위에 불과한 우리그룹이 왜 5대재벌에 거론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는가 하면 뒤늦게 10대재벌에 포함된 동아그룹은 『도대체 10대재벌 선정기준이 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재벌회장들은 이같은 진통을 겪어가면서 겨우 마련된 이날 결의모임에서 일문일답이나 기자회견도 없이 「경제난국타개에 대기업이 솔선수범한다」는 요지의 결의문만 낭독하고 황급히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그들의 다음 코스가 청와대였기 때문에 이같은 모습의 재벌총수들이 더욱 초라하게 보이기도 했다.

아무리 하기 싫은 행사였지만 기왕 하는거(또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좀 더 자연스럽게,좀 더 설득력있게 연출할 수는 없었을까.

그동안 금융실명제의 연기라든가,경제각료교체및 성장우선정책으로서의 전환등 지난해 말부터 모든 상황이 대기업의 논리에 맞게 진행돼 왔다가 갑자기 얻어맞은 철퇴라면 재벌들은 반론을 제기해야 마땅하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니까 우선 예봉만 피하고 나중에 로비를 해서 다시 풀겠다는 것인가.

그게 아니고 재벌들이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경제난국극복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라면,진지하게 반성하면서 정부가 시키기 이전에 자발적으로 이런 모임을 가져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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