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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결정후 “자식빼앗긴 기분”/「부동산처분」발표 재벌들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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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결정후 “자식빼앗긴 기분”/「부동산처분」발표 재벌들 이모저모

입력
1990.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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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 「보유토지 20%처분」결정에 타그룹들 뒤따라/삼성,당초 3백만평서 「압력」받고 5백77만평 확정/결의장 총수들 한결같이 침통○…10대그룹들은 매각대상 부동산을 결정하기까지 내부적으로 심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재벌보유부동산매각 방침이 발표된뒤 과연 어느정도를 내놔야 정부의 성에 찰 것인가를 몰라 매각규모를 정하는데 전전긍긍해온 재벌그룹들은 정부의 의지가 전에 없이 강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뒤늦게 매각대상을 늘렸는데 비업무용부동산이 별로없는 그룹들은 상당량의 업무용부동산을 매각대상에 포함시켜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

매각규모가 공개되자 일부 그룹에서는 「부동산재벌이라는 누명을 벗게 됐다」며 후련해 하는가 하면 금싸라기 땅을 내놓은 그룹에서는 「아끼는 자식을 빼앗긴 기분」이라며 아쉬워하기도.

○…이날 결의대회는 청와대 오찬으로 불참한 신격호 롯데그룹회장을 제외한 9개 그룹총수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결의문 낭독만으로 10분만에 전격적으로 종료.

결의문을 낭독하는 이회장이나 다른 총수들 모두 침통한 모습으로 일관,마침 대학생 점거농성설로 대회장 주변에 전경 3백여명이 배치돼 주위의 삼엄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가일층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

이날 상오 11시께 그룹총수들이 유창순 전경련회장실에 집결하자 김종인 경제수석도 이에 가세,조정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수석은 결의문 발표장에는 「관제」모임이라는 인상을 줄 것을 우려,불참.

○…5백77만평을 처분키로 결정,10대그룹 총처분 부동산 1천5백70만평의 37%를 차지하며 매각 평수와 금액 모두에서 최고를 기록하고 이건희회장이 결의문을 발표하는등 이번 조치의 「총대」를 맨 삼성은 처분부동산이 그룹 전체소유부동산 2천9백만평의 20%가량으로 결정되자 몹시 침통한 분위기.

당초 전체부동산의 10%인 3백만평정도를 전주제지소유의 조림지로 처분키로 결정,이날 상오까지도 10%선으로 버텼으나 최대부동산재벌이라는 여론과 정부의 완강한 태도에 밀려 20%선으로 후퇴.

삼성은 전주제지의 조림지가 2천1백만평이나 돼 투기원흉으로 지적받는다고 보고 전주제지땅을 대량 처분하고 제조업체 보유분중 당장 필요치 않은 땅과 삼성생명보유 영업국용부지를 처분한다는 원칙을 적용.

처분대상 5백77만평중 전주제지조림지가 5백27만평으로 90% 가량을 차지,처분면적에 비해 금액은 다소 낮아 대량매각에도 불구,여론을 무마시킬지는 미지수임을 의식한 듯 그룹 한 관계자는 『살사람만 있으면 전주제지조림지 모두다 팔겠다』고 강조.

○…선경은 지난 7일 최종현회장이 귀국한뒤 정부방침에 적극 호응하라는 지시를 내려 타그룹에 비해 부동산매각 계획수립이 빠르게 추진되었다.

비업무용부동산이 거의 없어 현재 사용하지 않는 부동산을 매각키로한 선경그룹은 최회장이 『보유부동산의 20%는 내놓아야하지 않겠느냐』며 매각규모를 제시,여기에 맞춰 대상부동산을 선정했는데 선경이 먼저 매각 규모를 내부적으로 정해놓는 바람에 타그룹들이 이수준을 맞추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

총보유부동산 1천5백만평중 20%인 3백16만8천평을 매각키로 결정한 선경은 서해개발의 조림지 3백만평외에 연수원ㆍ연구소ㆍ공장부지등 16만8천평을 포함시켰는데 경기 광주의 연수원부지는 올해 착공 예정이었고 선경매그네틱의 연구소부지도 올해 착공할 계획이었다고 밝히면서 부동산매각의 심정을 『자식 빼앗기는 아픔』이라고 표현.

○…정부의 재벌 부동산매각조치가 발표된뒤 비업무용부동산은 물론 업무용부동산도 거의 없다며 느긋한 태도를 보여온 대우는 공사대금으로 받은 땅과 사원주택건설부지 등을 긁어 모아 가까스로 매각규모를 15만7백85평으로 결정.

수영만부지 9만1천여평은 이미 대우조선 정상화와 관련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대우가 대우조선에 현물투자,92년말까지 매각키로 돼있어 이번 매각대상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우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재벌부동산 매각조치로 대우가 부동산투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라며 기업이미지 개선에 큰 몫을 했다고 설명.

○…64만여평을 내놓은 한국화약그룹은 박두용 그룹경영기획실장이 진두지휘한 매각대상부동산 선정과정에서 각계열사들이 한결같이 『꼭 필요한 업무용 땅』이라며 한사코 매각처분을 거부하는 바람에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다.

결국 김승연회장이 직권조정에 나서 각계열사들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작업이 풀려나가기 시작했는데 계열사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 주력사인 한국화약㈜의 땅을 대거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한국화약㈜의 매각대상토지에는 지난 55년에 취득,화약고부지로 지난 30여년간 애지중지해 왔던 서울ㆍ천안시내 요지의 9천여평이 포함되기도.

한편 이번 매각토지중에는 지난해 여신관리규정 위반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강원 춘성의 골프장용지(43만여평)가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

○…롯데그룹은 이번에 매각대상부동산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그룹성격상 비업무용 토지라고 내놓을 만한 것이 없어서 무척 고심했다는 것.

보유부동산의 거의 대부분이 백화점등 유통ㆍ관광업에 사용될 부지로 정부당국으로부터 「업무용」으로 판정받은 것들이기 때문.

이에 따라 신격호 회장의 『그룹의 주력업종인 관광ㆍ유통업부문은 매각대상에서 최대한 배제하고 기타업종의 업무용토지중 불요불급한 것부터 처분하라』는 기준아래 하태준 그룹기조실장이 총사령탑을 맡아 산하 25개 계열사의 부동산현황을 취합,검토한 끝에 10여개사의 88만여평을 매각지로 9일 저녁 최종 낙착됐다는 것.

그룹의 한 간부는 『비업무용토지가 없어 다른 그룹들처럼 눈치를 볼 것도 없어 오히려 홀가분 했다』며 『그러나 관광 골프장사업을 위해 사뒀던 경남 김해의 20만여평이 아깝기 그지없다』고 토로.

○…뒤늦게 10대 부동산 재벌에 포함돼 부랴부랴 87만9천평을 내놓은 동아건설측은 본사사옥등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전체 부동산 2백9만평중 42%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부동산문제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장담.

동아측은 특히 대한통운이 소유하고 있는 인천 북구 부평동의 대지(8백42평)등 18건의 대지는 모두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어 당장에라도 팔릴수 있는 금싸라기 땅이라고 설명.

동아측은 또 이번에 내놓은 부동산의 거의 전부가 직원숙소등 업무용이라고 밝혔는데 앞으로 업무용 토지가 필요할 경우 남아 있는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계획.

○…쌍용그룹측은 계열사 비업무용 토지의 대부분을 시멘트제조회사인 쌍용양회가 갖고 있으나 업종의 성격상 석회석광산이거나 공장부지를 매입할 때 분진등 공해나 위험을 고려,불가피하게 인접 임야까지 함께 사들여야 하는 고충이 있었기 때문에 비업무용인 광산 및 공장부지와 비업무용인 인접 임야를 가려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

그러나 쌍용이 내놓은 부동산중 서울 역삼동의 증권사 지점개설을 위해 건축중인 건물과 토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이 채광이 끝난 석회석광산이거나 공해 혹은 위험지역의 토지로 매각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

○…현대는 이번 매각대상부동산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비업무용으로 판정나 있는 남양만매립지 1백3만평을 제외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는 후문.

현대는 울산에 있는 자동차주행시험장이 연산 30만대 생산 규모에 맞춰 지었기 때문에 너무 협소하다고 지적,자동차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최신식규모 시험장이 있어야 되며 남양만매립지가 적합하다고 강력히 주장해 결국 관계당국의 동의를 얻어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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