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지사 두둔발언에 시장은 “비난받아야”/뉴스데이지는 2주간 무급정직 처분내려/인종차별 관련 큰 파문【뉴욕지사=송혜란 기자】 미 뉴스데이지 칼럼니스트 지미ㆍ브레슬린의 한국계 여기자에 대한 폭언사건은 마리오ㆍ쿠오모 뉴욕주지사의 브레슬린 두둔 발언으로 정치문제로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쿠오모 지사는 8일 『브레슬린이 자신의 여성차별적인 칼럼내용에 항의한 같은 신문사 여지연기자(25)에게 눈꼬리가 올라간 노란 똥개라고 욕설을 퍼부은 것은 어리석고 무례한 짓』이라고 논평하면서도 『브레슬린은 분명히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다』라고 옹호했다.
쿠오모 지사는 자신의 친구인 브레슬린이 개방적 심성의 소유자라며 『그는 세련되고 설득력있는 사과문을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데이비드ㆍ딘킨스 뉴욕시장은 『그의 발언은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한 것』이라고 비판적 논평을 했다.
파문이 확대되자 브레슬린의 사과로 사태를 무마하려던 뉴스데이지도 9일 마침내 브레슬린에게 2주간 무급 정직처분을 내렸다.
이번 사건이 미국사회의 뿌리깊은 인종 편견에 시달려 온 한인교포는 물론 미국인들에게도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은 폭언의 당사자가 이른바 미국의 양심과 지성을 상징한다는 퓰리처상 수상자라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브레슬린은 86년 뉴욕 데일리 뉴스지에 근무하면서 뉴욕생활을 예리하게 파헤친 기사를 인정받아 언론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퓰리처상을 받았다.
지난 88년부터 발행부수 60만부의 미국 12번째 신문(86년조사)인 뉴스데이지로 옮겨와 칼럼을 쓰고 있는 브레슬린은 연봉 60만달러로 뉴스데이지 직원중 최고의 대우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동료인 여기자에게 퍼부은 폭언은 뉴욕거리의 불량배들의 말투를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여기자는 그가 뉴스데이지 3일자에 기고한 칼럼의 일부 내용이 여성차별이라고 항의하는 간단한 메모를 회사 컴퓨터를 통해 전달했다.
브레슬린의 칼럼은 뉴욕시의회 의원인 자기 부인이 집안일은 돌보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반농담조로 자신도 여성관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성의 사회진출을 비꼬는 내용이었다.
항의를 받고 흥분한 브레슬린은 『나는 자기분수를 모르는 X와는 같이 근무 할 수 없다. 그녀는 거리에서 날뛰는 눈꼬리가 찢어진 노란 똥개』라는 폭언을 했다.
브레슬린은 대기자인 자신이 갓 입사한 올챙인 여기자에게 모욕을 당했다는데 크게 감정이 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같은 백인후배 여기자에게 비슷한 충고나 항의를 들었어도 여기자에게 처럼 폭언을 퍼부었겠느냐는게 아시아계 언론인들의 지적이다. 백인들은 지성인을 자처하는 사람도 마음 속에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을 감추고 있으며,그 편견이 브레슬린의 경우처럼 흥분하면 튀어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인 폭행”… 흑인들 불매운동
이 사건은 최근 뉴욕 흑인들이 한국인 상점에 대한 조직적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 발생,더욱 교포사회에 파문을 넓혀가고 있다.
불매소동은 지난해 1월 뉴욕 브루클린의 한 한국인 상점에서 물건값을 내지 않고 나가려는 흑인여자를 한국인 주인이 밀쳐 쓰러뜨린 사건이 발단이었다.
이후 흑인운동가들은 지금까지 이 가게 앞에서 매일 항의시위를 벌이면서 전체 한국인 상점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흑인들의 항의 시위는 경찰조사에서 피해자의 주장이 과장된 것으로 밝혀졌고 뉴욕 대법원이 지난 2일 피켓시위를 금지하라고 명령을 내렸는데도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현지 언론들은 점차 흑인들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8일자 사설에서 이 불매운동을 「인종차별적 편견의 소산」이라고 비판하고 『한국인들은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백인들의 차별에 시달려온 흑인들이 이번엔 한국계에 인종적 편견을 노골화하고 미국사회의 지성인이 인종차별적 폭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 현대 미국사회의 비뚤어진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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