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복병」 많아 순항여부 미지수/4자간 「보완 리더십」 발휘가 과제민자당이 9일 첫 전당대회에서 노태우대통령을 총재로 하는 지도체제를 정비하고 내각책임제 지향의 강령개정안을 채택함으로써 지난 1월22일의 정계개편으로 비롯된 3당통합은 사실상 완료되었다.
그러나 통합후 지난 1백여일간에 걸쳐 드러났듯이 민자당의 당운영과 여당으로서의 국정운영의 효율성은 국민을 실망시켰고 계보간 갈등만 축적시켜왔다.
이날 대회에서 노태우대통령과 최고위원의 취임사및 인사말에서도 드러났듯이 민자당은 첫대회를 자축하기보다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들로 어깨가 짓눌려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날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국민들도 기대와 회의의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노대통은 총재취임사에서 『여야가 통합하여 하나의 정당을 이룬 일은 정치사에 없는 일로 헌정사에 「명예혁명」을 이루고 있다』고 3당통합의 의의를 재음미하면서 『창당과정에서 빚어진 불협화음은 국민에게 큰 실망과 불안을 안겨주었다』고 문제점을 말한 것은 민자당의 어제와 오늘을 적절히 지적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3당 통합으로 정국안정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지난 1백여일의 민자당 출범과정에서 불확실한 미래만 볼 수 있었을 뿐이다. 당직배분ㆍ조직책 선정 등 소위 「나눠먹기」는 우리 정당의 속성이나 정치현실상 이해할 수 있다손치더라도 ▲지도부간의 불협화음 ▲방소 스캔들 ▲국방위의 법안 날치기통과 ▲보안법ㆍ지자제법ㆍ광주보상법 등 소위 개혁입법의 지연 ▲실명제 유보등 경제정책의 일관성 상실 ▲박철언정무장관 발언파동 ▲대구 서갑및 음성ㆍ진천보궐선거의 무리한 선거전략과 패배 ▲92년 당권각서설 파문등 민자당 스스로 자초한 실책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따라서 당과 국가의 앞날을 밀도있게 논의해야 할 청와대 4자회동은 당지도부간의 감정의 앙금과 국민의 눈에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당헌조문을 놓고 협상하는 데 소비한 인상이었다.
이같은 실책의 누적은 사회불안과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약화시켜 정부와 민자당 스스로 규정했듯 「총체적 난국」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자당은 이날 대회에서 원내총무가 대의원들에게 보고했듯이 원내의석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3당합당 1백일후 스스로 조사한 정당별 지지도여론은 14%이다. 민자당의 위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수치인 것이다.
또한 민자당의 앞날에는 허다한 난제들이 깔려있고 과연 이 난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느냐는 회의가 정가를 지배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누적돼온 경제ㆍ사회적 문제를 제외하고도 ▲내각책임제 개헌 ▲대통령의 권력누수와 당권문제 ▲개혁입법 추진과 지자제 실시 ▲92년 총선등이 다음 전당대회때까지 2년동안 민자당이 통과해야 할 시험대인 것이다.
민자당이 맞고있는 총체적 난국의 원인은 「리더십의 위기」로 요약되는 것이 민자당은 물론 정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대표최고위원,김종필최고위원은 각각 그들의 지지세력을 합쳐 민자당을 창당하고 거대한 여당의 힘을 이용하여 정부도 안정시키고 차기정권을 담당할 정치세력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려했지만 오히려 그들은 스스로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조된 국민적 욕구 ▲팽창된 경제외형과 다양화된 사회 ▲세계적 변혁의 소용돌이속에서 강력하고 신뢰받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를 민자당은 확보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자당의 앞날을 더욱 불분명하게 하는 것은 현재의 지도력의 난맥상 못지않게 차세대 리더십의 능력을 보여주는 후계 세력이 든든하지 못한 점이다. 이같은 현재와 미래의 리더십의 취약한 전망이 당의 앞날을 밝게 진단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민자당이 안고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앞으로 당운영에 「합당정신」과 다수결의 민주주의 원리가 수없이 충돌할 소지를 안고 있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당직ㆍ조직책 선정및 정책결정이 합당정신을 살려 계보간 조정을 통해 해결되었지만 앞으로 당내 다수계보인 민정계는 「다수결의 원리」,즉 사람이 아니고 제도가 지배하는 당운영을 하자고 거세게 요구해갈 전망이다. 또 그들의 주장을 무작정 「3자 합의」 사항이라는 이름아래 묵살해 나갈 수도 없을 것이다.
민자당내 제2인자 위치를 합당정신으로 내세워 기정사실화하려는 김영삼대표와 민주계의 움직임이 다른 계보와의 조화점을 찾아내지 못했을 때 당의 앞날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해보면 민자당 때문에 난국이 초래됐다고만도 볼수 없다. 건국이래 노출됐던 정치적 갈등이 강압에 의해 해결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음을 생각할때 누적된 정치적 갈등과 사회분위기가 합쳐 현 난국이 초래됐다고 볼 수 도있다. 4ㆍ26총선후의 4당체제가 2년동안에 문제해결보다 문제제기만 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라도 민자당은 집권당이기 때문에 당의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그 첩경은 새로 정비된 노태우총재,김영삼대표,김종필ㆍ박태준최고위원의 지도체제가 서로를 보완하는 「총체적 리더십」의 발휘밖에 없는 것 같다.【김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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