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패권주의등 원인… 타협 가능성도다민족연방국가 유고가 2개 공화국 의회선거에서 연방탈퇴를 주장하는 민족주의 정당들이 공산당을 누르고 압승을 거둠에 따라 연방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6일 결선투표가 끝난 크로아티아 공화국의 자유총선결과는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중도우익의 크로아티아 민주동맹(CDU)이 60% 이상을 득표,10%선을 얻은 공산당(민주개혁당)을 누르고 대승을 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실시된 인접 슬로베니아 공화국 자유총선에서도 1년내 연방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운 7개 야당연합체인 민주야당연합(DEMOS)이 55%를 득표,17%를 얻은 공산당에 압승한 바 있다.
유고연방중에서 처음 실시된 두 공화국의 자유총선 결과를 놓고 정권의 향방보다는 연방탈퇴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두 공화국이 오래전 부터 분리독립을 적극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유고 북부에 위치한 두 공화국은 여러가지면에서 소련의 발트 3국과 비슷한 입장에 있다. 과거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지배하에 있었던 까닭에 다분히 서구지향적인 두 공화국은 경제면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슬로베니아는 유고 전체 인구구성비에서는 8%에 불과하지만 유고 수출상품의 30%를 생산한다. 종교면에서도 그리스정교가 우세한 다른 지역과 달리 두 공화국은 가톨릭이 지배하고 있다.
유고의 연방해체 위기는 강력한 권위로 6개 공화국과 2개 자치주로 구성된 이 나라를 결집시켜온 티토대통령이 지난 80년 사망하면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구심점을 잃어버린 가운데 동구개혁으로 국가정당으로서의 공산당의 지위마저 약해지면서 공화국간의 갈등과 대립이 노골화 됐다. 특히 최근 최대공화국인 세르비아 공화국의 밀로세비치대통령이 민족감정을 등에 업고 연방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자 「세르비아 패권주의」부활을 우려한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공화국은 분리독립운동으로 맞서 위기가 심화돼 왔다.
슬로베니아 공산당은 지난 1월 연방공산당 당대회에서 각 공화국의 자치권 확대를 제안했다가 거부되자 대회장을 빠져 나왔으며,지난 3월 중앙위총회에는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두 공화국의 연방탈퇴 움직임은 정치적 동기 못지 않게 경제적 동기도 강하다. 2백10억달러의 외채와 2천%에 이르는 악성 인플레에 허덕이는 유고경제가 두 공화국의 경제발전을 막고 있다는 인식이 연방탈퇴 주장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고의 보다 심각한 고민은 각 공화국의 연방이탈을 제지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데 있다.
소련이 발트 3국에 취하고 있는 경제봉쇄는 유고의 경우 두 공화국보다 연방정부에 더 타격을 줄게 뻔하다.
또 세르비아인이 지배하는 유고군부가 연방이탈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취할 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으나 경제난 해결을 위해 서방의 경제원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유고정부로서는 국제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같은 배경을 들어 유고연방해체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각 공화국들이 연방탈퇴가 가져올 파국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극적인 타협책이 마련될 가능성도 높다고 보는 견해가 아직은 유력한 것 같다.【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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