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직접 「메스」… 사실상 「긴급명령」/「재산권이 유보」되는 근치 강권/투자유도… 물가ㆍ증시안정 기대/중소기업ㆍ서민용 토지공급 대책미흡은 숙제로정부는 이번 「5ㆍ8」특별조치를 통해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사실상의 대통령긴급명령권과 맞먹는 정책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대기업으로 하여금 내년 6월말까지 비생산적 부동산매입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금융거래상 담보능력을 박탈,강제매각토록 종용하고 있다.
이는 사유재산권 보장과 자유계약 원칙을 존중하는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원칙을 여신관리 시행세칙등의 제도로 묶어 당분간 유보하는 조치여서 법률해석 여하에 따라 위헌시비를 부를 소지마저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여건과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과 내각의 결연한 자세를 되짚어 보면 사실상 긴급명령권에 버금가는 조치가 내려진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올들어 전월세값 폭등을 비롯한 부동산투기 광란,물가앙등,증시붕락등 경제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내리막길을 치달았고 마침내 가장 우려한 노사분규가 현중사태를 전후해 눈앞의 현실로 폭발하기 직전 상황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4ㆍ4」경기활성화조치등 3차례의 종합대책을 숨가쁘게 펼쳐 놓았지만 종합주가지수 7백선이 붕괴되면서 가계 기업등 거의 모든 경제주체는 경제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상실한 채 망연자실해온 실정이었다.
마침내 지난달 30일 노태우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심야 긴급경제장관회의,고위당정회의가 연달아 열리면서 현상황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체제위기」에 대처하는 차원의 비상대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번 「5ㆍ8」조치는 노대통령이 지시한 경제활성화ㆍ물가안정ㆍ부동산 투기억제등 3대특별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근절이 가장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책의 주안점을 투기근절에 두고 있다.
다시 말해 부동산을 잡으면 주택값과 임대료안정으로 인플레 심리를 잠재워 결과적으로 물가안정 여건을 정착시키고 또 기업이 돈놀이(재테크)에 한눈파는 자금흐름의 왜곡현상을 막음으로써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에 전력토록 하고(경제활성화) 나아가 부동자금을 증시로 되돌려 주식값을 떠받친다(증시부양)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49개 여신관리 계열군 1천25개 기업체,즉 우리 경제의 유수한 대기업을 직접적인 규제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4ㆍ13 투기억제책이 불로ㆍ음성소득자등 상습투기꾼들과 자산증식을 꾀하는 일반국민이 투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차단한 반면 정작 알려진 「큰손」인 대기업에 대해선 기껏 비업무용 부동산 판정기준을 강화하는 선에 그쳤던 정책과오를 뒤늦게나마 시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주요골격을 보면 49개 계열기업군은 내년 6월말까지 필수업무용을 제외한 부동산 신규취득이 전면금지되고 비업무용 부동산은 6개월내 매각하거나 토개공ㆍ성업공사에 맡겨 팔아야 한다는 것.
또 비업무용 부동산은 금융거래상 담보설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임직원 명의를 빌린 부동산도 즉각 처분하거나 아예 명의신탁 행위자체를 등기특례법으로 원천봉쇄했다. 또 앞으로 대기업과 임직원의 부동산 소유실태와 이용상황을 전산관리,장기적 감시체제를 구축한다는 것.
정부조치대로라면 상당기간 대기업은 부동산을 어떤 변칙수단을 통해서도 사지 못하고 투기성 토지는 저당도 잡힐 수 없어 억지로라도 팔 수밖에 없고 부동산 매매때마다 정부기관의 집요한 감시망에 노출된다는 얘기다. 외견상 그야말로 겹겹이 그물을 쳐놓아 부동산투기를 꼼짝못하도록 차단해둔 모습이다.
지금까지 투기망국을 개탄해온 국민들로서는 『왜 이런 강력대책을 진작 쓰지 않았던가』고 무릎을 쳐야 할 정도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주요 정책수단은 여신관리시행세칙ㆍ법인세법ㆍ조세감면규제법등 이미 제도화돼 있는 사항들을 다시 찾아낸 것으로 5공초기 국보위시절인 80년 9월27일 소위 「기업체질강화」대책에 따라 부동산 소유내역을 신고받고 비업무용을 판정,매각케 하려던 시도와 거의 흡사하다.
여기에 토개공의 채권매수,담보취득 제한과 함께 비업무용및 임직원명의 부동산을 기업이 자진신고케 함과 동시에 국세청ㆍ은행감독원이 실사를 병행 한다는 게 덧붙어 주목을 끈다. 이와관련,실무관계자들도 『기존 투기억제수단이 그동안 정상가동치 못했음을 시인한다』고 실토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토지의 공급차원에서 확실한 배려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물론 비업무용 부동산이 매물로 쏟아질 것을 감안했겠지만 중소기업의 공장부지난을 해소키 위해 해안매립등을 통한 장기임대 방안과 매물을 소화할 토지은행같은 장기적인 토지공급정책이 시급한 것이 사실이다.
또 실명제유보등 「4ㆍ4」경제활성화조치이후 모처럼 투자의욕을 되살리기 시작한 대기업이 비업무용 토지매각등 사업자를 죄인시 하는 이번 조치로 자칫 기업의욕을 잃지 않도록 공명정대한 정책집행이 필요할 것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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