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1차대전의 무익하고 비참했던 대량살상의 편린을 우리는 전사나 당시의 기록필름 등을 통해 알 수가 있다. 그런데 1차대전중 연합국측에 뼈아픈 패배를 안겨줬던 전투의 하나로 다다넬즈해협 갈리폴리(터키) 공방전이 요즘 새삼 세계적 화제가 되고 있다.지난 4월말 그곳 옛 격전지에서는 75년전의 공방에 직접 참가했던 92세부터 1백3세에 이르는 옛노병들이 대처,호크 등 영국 및 호주총리와 터키대통령 등 참전당사국 지도자들과 함께 추모의식에 직접 참석,옛 아픔을 되새겼다는 것이다. 당시 원스턴ㆍ처칠이 계획했다는 갈리폴리 공격전에는 영ㆍ불ㆍ호주 및 뉴질랜드 병사들이 참가했었는데,전투계획이 처음부터 빗나가 다다넬즈 해협의 터키해안은 연합군과 완강히 저항한 터키군 병사들의 죽음으로 시산혈해를 이뤘다고 한다.
당시 제대로 공격도 못하고 해안에 갇혔던 연합군은 6개월간 벼랑에서 지옥과 같은 참호전을 편끝에 5만명의 전사자를 내고 철수 했고 터키측도 10만명 가까운 병사를 잃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노병들의 재회로 밝혀진 75년전의 일화들이 너무나 처절하다. 연합군 사령관은 적의 공격이 너무 심해 부하들에게 『참호를 파고,또 파고,안전해질 때까지 계속파라』고 독려했었고,반대로 터키측의 한 사령관은 『나는 공격하라고 명령하는게 아니라,죽으라고 명령한다』는 유명한 「필사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대전에서 패전국이 되었지만 갈리폴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터키의 그 사령관이 바로 훗날 터키공화국의 국부가 된 케말ㆍ아타튀르크였다. 죽음을 직접 명령할 정도로 지휘관이 보인 무서운 승리에의 집념과 지도력,또 그 명령에 따라 목숨을 던져 적을 물러가게 한 이름없는 그 수많은 전사들의 헌신이 왕정을 없애고 현대 터키를 일으킨 초석이 됐을 것이다.
또 케말과는 반대로 윈스턴ㆍ처칠은 다다넬즈 공격작전의 실패책임으로 당시 영국 해상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2차대전때는 전시내각 총리로 풍전등화의 조국을 승리로 이끌어 역사에 남는 세계적 정치가 및 문학가가 될 수 있었다. 필사명령의 케말에 한때 쓴맛을 봤던 처칠이 2차대전중 불굴의 용기로 국민을 독려했던 것이 승리의 V자 사인과 함께 『내가 국민 여러분 앞에 약속할 수 있는 것은 피와 눈물과 땀 밖에 없습니다』라는 그 유명한 연설이었다.
그러고 보면 다다넬즈해협의 공방전은 비참한 살륙전이었지만 훗날의 역사속에 케말과 처칠이라는 두 인물을 낳은 셈이고,「필사명령」과 「피와 눈물과 땀」이라는 두 지도자의 독려도 어쩐지 유사성이 있는 것만 같다.
흔히 위기가 있을때 훌륭한 지도자도 나온다고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친다.
그래서 지도자 자질론의 하나로 「위기때 국민에게 비전과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꼽히는 것인 모양이다.
어제 우리 대통령의 특별담화가 있었다. 연말까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국정을 이끌겠다는 각오와 호소였다.
국민들도 오늘의 위기감이 내일에의 도약과 지도력 회복의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