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통화관리 대폭강화 의도/이달 「총통화」 1∼2% 낮아질듯한은이 자금을 방만하게 운영,지준부족을 일으킨 3개 시중은행에 대해 벌칙성 금리를 부과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4일 심한 자금부족을 겪고 있던 서울신탁은행과 한일은행에 연리 15%짜리의 벌칙성 자금을 각각 3천억원과 1천억원씩 지원,지준부족분을 메우게한데 이어 지준마감일인 이날에도 지준 부족을 일으킨 서울신탁은행과 상업은행에 이같은 벌칙성 금리의 자금으로 부족분을 메우도록 조치했다. 서울신탁은행과 상업은행의 부족분은 4천억원과 1천억원 규모. 이에 따라 이들 3개 은행은 8억5천만원의 이자를 일시에 물게 됐다.
한은의 이번 조치는 종전까지 시중은행의 지준부족에 대해 연 11.5%자리 환매조건부채권 매입으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연 8%짜리 유동성 조절자금으로 메우도록 했던 것과 비교하면 자금관리를 대폭 강화한 셈이다.
한은은 시중은행의 방만한 자금운용을 최대한 절제시키며 시중통화를 적정선으로 유지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가 불가피했으며 앞으로도 동일한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통화관리 강화로 이달중의 총통화 증가율은 당초 예상보다 1∼2%포인트가 낮아질 전망이다.
◎점직적 긴축선회 신호/「벌칙성 고금리 부과」의미/“부동산투기 잡히는 상황”판단/인플레심리 진정 물가안정 기대
한은이 자금운용을 방만하게해 지준부족을 일으킨 은행에 연 15%의 벌칙성 금리를 부과한 것은 정부의 부동산ㆍ물가ㆍ증시 종합대책과 관련,한은의 통화정책도 점진적인 긴축쪽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돈이 풀리기 시작한 이후로 은행들은 과다한 대출운용 등으로 지준부족을 수시로 일으켰지만 한은은 번번이 낮은 금리의 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던게 사실이다.
괜히 은행에 자금관리 잘하라고 벌칙성 금리를 매겼다간 마치 정부의 돈푸는 경기부양을 뒤에서 훼방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월 한차례 이번과 같은 벌칙성 금리를 부과한 적이 있는데 당시는 총통화 증가율이 24∼25%에 이르는등 극히 심각한 상황이어서 일시적으로 선택한 수단이었다.
한은의 이번 방향선회는 정부의 종합경제대책 마련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종전과 같은 자금흐름 왜곡구조 아래서는 돈을 더 풀어보았자 투기와 물가만 자극할 뿐이었으며 그렇다고 긴축 쪽으로 돌아섰다가는 투기ㆍ물가보다는 생산공장ㆍ증시가 먼저 무너질 판이었다.
그래서 한은으로서도 질질 끌려다니는 형국이었다. 올들어 총통화 증가율은 지난 4월까지 22%대 이하로 내려온 적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돈을 풀어도 투기판으로 흘러들어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안 풀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한은의 입장은 곧바로 시중은행으로 연결돼 민간신용이 항상 목표치를 넘어서 운용됐으며 지준부족이 민성적인 현상일 정도였다. 여기에 지난해의 12ㆍ12증시부양책에 따른 시중은행의 투신사 자금지원(2조8천억원)이 한은의 통화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왔다.
그런데 이제 증시동향이 전적으로 통화량의 과다에 의해서 좌우되는게 아니라는 사실이 널리 인식됐을 뿐만 아니라 증시의 통화외적인 여러요인들이 최근 호전돼 가고 있고 부동산투기도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 의해 수그러들 가능성이 커져 한은으로서도 통화에 손을 댈 여지가 생겨난 셈이다.
부동산투기가 잡히는 상황속에서는 통화를 적정수준으로 끌어내리더라도 그동안 투기에 잠겨있던 돈들이 경제 각 부문으로 서서히 환류하게 되므로 생산현장의 돈이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단계에서의 통화축소조절은 사회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인플레 기대심리를 약화시키면서 물가안정에도 한몫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질적인 부동산대책이 마련되고 통화외적인 증시대책이 갖춰져 있는 상태에서는 물가안정대책으로서 통화긴축도 생산에 미치는 부작용 없이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은은 이번 벌칙금리 부과가 완전한 긴축에로의 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아직은 소극적인 차원에서 물가를 자극하는 과잉통화를 줄여가고 점진적으로 최근의 경제동향에 맞는 적정수준으로 낮춰가겠다는 얘기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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