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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징용의 현장」 석태연ㆍ서남현 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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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징용의 현장」 석태연ㆍ서남현 두 스님

입력
1990.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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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성 창고엔 1천여 유골 그대로…”/고려사로 봉안 서둘러야/원혼 수습 기금 조성 절실/위령의 종 제작 내년 타종법회 계획도일본에서 강제징용의 참상을 고발하는 자료를 발표,한국일보에 11차례에 걸쳐 연재한 석태연ㆍ서남현 두스님은 강제징용의 실체규명 작업을 계기로 잊혀진 강제징용 희생자들을 역사속에 부활시키려는 노력도 아울러 계획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는 그 치부를 감추고 가리기에 여념이 없는 일본의 무성의와 뼈아픈 치욕의 역사를 묻어두고 잊으려고만 하는 우리의 무관심을 일깨우는 노력이 한일 양국의 밝은 미래를 가꾸는데 디딤돌이 된다는 믿음에서다.

석태연ㆍ서남현 두스님은 우선 재일동포사회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경도 고려사를 불교라는 특정종교의 제한된 울타리를 뛰어넘어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영혼이 잠자는 성지로 가꿔나갈 계획이다. 이미 지난 84년 고려사 경내의 3천평부지위에 「한일 우호평화의 탑」을 세워 강제 징용희생자 위령사업의 첫발을 내디딘 석태연 스님의 뒤를 이은 서남현 스님은 우선 해방 반세기가 다가오도록 일본 전국 곳곳에 떠돌고 있는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유골을 수습하고 봉안하기 위한 기금조성운동을 세워놓고 있다.

서남현 스님은 『한일 양국의 각종 기록을 토대로 할때 징용의 희생자는 30만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지금도 강제징용 현장의 계곡이나 돌무더기,또는 시멘트로 뒤덮인 땅속을 뒤지면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우리민족의 유골이 널려 있습니다. 그런데도 희생자들의 실체를 밝히는 조사작업이나 위령사업은 커녕 한일 양국 어느쪽에서도 위령제 한번 베푼적이 없습니다』며 안타까워 했다.

서남현 스님은 일제강점 아래서 강제징용이나 강제징집 또는 정신대로 내몰려 희생된 한국인들에 대한 일본정부의 배상문제도 중요하지만 배상에 앞서 선행돼야할 핵심적인 문제는 유골의 봉안과 위령사업이 원칙에 의해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말해 강제동원된 한국인들의 생사확인 및 국내 호적정리와 함께 재일한국인 원폭피해자 실태조사ㆍ치료 및 생계대책 수립도 세워져야 하며 이어 징용 등의 희생자에 대한 유골 수습과 명부고시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일본정부가 지금까지 억류하고 있는 무연고 한국인 유골 1천1백40구가 갖는 상징성과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 서남현 스님의 견해이다. 일본 후생성 창고에 방치돼 있는 1천1백40구의 유골은 조만간 한국의 망향의 동산으로 옮겨져 안장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는 유골을 국내에 송환하기 보다는 고려사 안장을 주장하고 있다. 즉 일본정부는 이 1천1백40구의 유골을 한국에 반환 함으로써 한일양국에 가로 놓여있는 전후 처리문제를 종결하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정부의 이같은 의도는 한때 일본정토종의 명찰 시천사(동경)에 보관되던 이 유골들을 일본 불교계의 협조를 받아 고려사로 옮겨 왔으나 일본정부의 장난으로 다시 후생성 창고로 돌아가야 했던 경험에서도 알 수가 있다.

『일본정부의 얄팍한 속셈을 고려할때 유골의 고려사 봉안은 3가지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재일 한국인이 일본땅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기정체성의 뿌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며 재일한국인의 법적지위와 인권환경의 개선요구가 정당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인들에게 준엄하게 전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분명한 근거도 남는다』고 서남현 스님은 설명한다.

사실 석태연ㆍ서남현 두스님의 강제징용의 실체규명 작업도 이 유골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여년전 일본 방문길에 우연히 후생성 창고속에 팽개쳐져 있던 이 유골을 목격한 석태연 스님은 20여년간 일본에서 한국불교의 씨를 뿌리면서 강제징용의 실체규명 작업의 기반을 다져왔다. 고려사 건립도 석태연 스님의 이같은 헌신에 감동한 재일교포 실업인 이희건(대판흥은회장) 등 교포들의 정성이 없었으면 불가능 했다.

서남현 스님은 앞으로 1천1백40구의 유골이 고려사에 봉안될 수 있도록 한일 양국 관계자들을 상대로 설득 노력에 나서는 한편 우리국민과 재일교포 및 뜻있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수습 및 봉안기금조성 운동도 펴나갈 예정이다. 우선 징용희생자의 넋을 달래기 위해 3천관 무게의 위령의 종을 오는 10월 제작에 착수,내년 10월 타종법회를 가질 계획이다.〈이기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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