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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에 협상 실마리(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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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에 협상 실마리(세계의 창)

입력
1990.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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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독립 보장 전제 선언 유보/연방제 개편 앞둔 소도 압력완화/대중운동권 출신 정치가들 입지약화 예상모스크바의 경제적 압력강화와 리투아니아측의 독립고수 자세로 인해 강경대결로 치닫는 듯하던 리투아니아 사태가 협상국면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프룬스키네 리투아니아 총리는 지난달 30일 리투아니아의 분리독립에 대한 국제적 보장을 전제로 독립선언을 유보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 사태 진전 과정에서 처음으로 타협적 자세를 천명했다. 이어 강경론을 주도해온 란츠베르기스 최고회의 의장은 지난 2일 서독과 프랑스의 공동중재안을 수락,양국이 크렘린을 설득해 대화를 재개토록 도와줄 것을 호소함으로써 강경대결 태세를 허물었다.

란츠베르기스는 『독립선언은 포기할 수 없으나 독립관계법률들을 잠정적으로 유보할 것을 고려하겠다』고 크게 후퇴했다. 그는 이날 협상중 재안수락을 밝히면서 『독립선언은 신성불가침』이라고 선언했으나,이는 상징적의미 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리투아니아측이 유보의사를 밝힌 독립관계법률들 즉,▲소련의 징집거부 ▲독자적 신분증발행 ▲친소공산당 재산압류 등을 규정한 법률들은 「독립」의 실행법률들이다.

따라서 이의 시행보류는 사실상 독립의 보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란츠베르기스는 완전한 독립에 이르기 전의 과도기 단계에서 소련과의 「국가연합적 관계」를 유지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구체적 협상에 앞서 이미 고르바초프의 「독립 가이드 라인」을 수용했다. 고르바초프는 그동안 완전한 탈소독립 허용가능성은 부정하면서도 5년정도의 기간을 두고 새로운 국가연합 형태로 공화국들과의 관계를 재편할 계획임을 천명해 왔다. 따라서 란츠베르기스는 당면과제가 소련 정부와 「국가연합」의 구체적 형태 및 타임 스케줄을 협상하는 문제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궁극적인 완전 독립은 아직은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인 셈이다.

리투아니아측의 이같은 자세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소련측의 계속되는 군사ㆍ경제적 압력을 감내할 능력이 당초부터 없었던데다가 한가닥 기대했던 미국 등 서방의 지원도 얻지 못한 상황에서는 「고사」와 타협,두가지 선택외에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불ㆍ서독의 중재안은 말이 중재안이지 실질적으로는 리투아니아측에 대해 일방적인 후퇴를 충고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26일 파리에서 회동한 콜 서독 총리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리투아니아가 지난 3월11일의 독립선언의 효력을 당분간 유예시킬 것을 촉구했다. 이는 소련측이 요구해 온 「독립선언철회」와는 다소 형식이 다르지만,독립 움직임을 더 이상 진척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련측의 전제조건과 본질적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리투아니아 측의 일방적 후퇴에 의한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이 리투아니아를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별로 손해될게 없는 선택이란 사실이다. 우선 리투아니아측은 일방적인 독립선언으로 소련측의 경제 봉쇄를 초래,한동안 곤란을 겪었지만 결국 결정적 피해없이 독립선언을 기정사실화 했다.

사실 리투아니아 지도부가 신정부 구성직후 독립선언을 강행하고 강경대결 자세를 과시해온 데에는 팽배해 있는 리투아니아인 들의 독립욕구를 어느정도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프룬스키네 총리 등 현실주의 관료들이 계속 타협여지를 시사한 반면,란츠베르기스 등 독립운동세력 출신들은 강경론을 고수,스스로 혼선을 빚어온데서도 엿볼 수 있다.

한편 모스크바 측에서 볼때에도 이정도 선에서의 압력완화 및 대화재개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연방제개편을 이미 계획하고 있는 고르바초프로서는 리투아니아의 독립 움직임을 자신이 설정하는 테두리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압력을 가했을 뿐,일부에서 우려하듯 무제한적인 탄압이나 제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고르바초프는 앞으로 대리투아니아 협상을 연방제 개편과정과 적절히 조정해 가면서 이끌어 갈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하겠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리투아니아 사태가 실질협상 국면으로 접어듦에 따라 「독립열기」를 대표하는 란츠베르기스 의장 등 대중운동조직 출신인사들의 비중이 저하되는 반면,브라자우스카스 부총리겸 공산당 제1서기 등 협상실무를 맡을 정통관료들의 위상이 제고될 것이란 점이다. 이점은 앞으로 장기적인 리투아니아의 정치세력 변동과 관련,주목해야 할 측면이다.

끝으로 그동안 리투아니아 사태 대응정책을 놓고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했던 미국 등 서방국가들도 불ㆍ서독 중재안 제시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동시에 소련과 리투아니아 양측 모두에 대해 「발언」의 명분을 마련했다고 하겠다.

이렇게 볼때 페레스트로이카의 운명과 미ㆍ소관계의 장래가 걸린 것으로 까지 과장 평가되면서 우여곡절을 거듭해온 리투아니아 사태는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이 단언한 대로 「순수한 소련국내 문제」로 복귀,순리적 해결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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