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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때문인가,예측부족 때문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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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때문인가,예측부족 때문인가(사설)

입력
1990.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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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딴전을 부리고 있는사이,일관성없는 각종 경제정책들이 시행착오만을 되풀이 해 우리경제는 구석구석에 피멍이 들었다. 수출이 부진해졌고 증시가 공황일보전까지 갔었으며 장바구니물가가 엄청나게 뛰어 서민들의 가계에 깊은 골을 파놓았다. 금융실명제는 하지도 못하면서 떠들어대기만 해 부동산투기만을 부추겼고 집값과 전·월세값도 덩달아 뛰어 올라 사회불안요인이 되기까지 했다. 예측부재의 정책들이 만들어낸 경제 및 사회의 역기능들이 과연 어떤 것인가는 우리사회의 부분부분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한 지금의 위기증후들을 보면 알고도 남을 만하다.요즘 대소건축공사장이 시멘트·레미콘·철근 등 주요건축자재 부족난에 부딪쳐 공사중단사태까지 빚고 있는 것도 그 한 예일 수 있다. 주택 2백만호 건설을 위한 분당·일산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의 대단위 아파트단지 건설과 다가구주택 건축권장 및 서해안개발사업 착수등으로 아파트·주택건축과 토목공사등 건축경기는 활발해지게 되어 있었다. 여기에 공개념화하는 토지정책등을 감안하면 어쩌면 이같은 붐은 충분히 예측할 만한 것이었으나 자재난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부문에서 차질과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통계로는 올들어 4월말까지 국내건설수주총액이 3조9천8백57억원이나 되어 작년 동기보다 76.9%가 증가했고 건축면적은 3백86만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97.3%,거의 2배가 늘었다.

그러나 레미콘의 경우 수도권에 있는 32개 업체는 지난 3월까지만도 하루 3백80만㎥의 레미콘을 생산했으나 4월중순부터는 시멘트물량공급이 줄어 수요량은 배이상 폭주하는데 반해 생산량은 오히려 40% 가까이 감축하고 있는 실정. 이로인해 건축업자들은 웃돈을 주고도 레미콘 물량확보를 못해 공사중단사태가 나고있다는 것이다.

시멘트는 이달 소요량만도 3백20만톤이나 되지만 공급물량은 2백70만톤에 불과해 2천원에 출고하는 한부대가 3천원이상에 거래되는데도 구하기가 어렵고 철근품귀현상은 지난해 10월부터 일기 시작,선수금을 주거나 웃돈거래를 해도 제때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건축자재부족으로 인한 공사중단사태는 어찌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같지만 그 원인을 따져보면 우리정책의 전형같은 무예측성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건축경기만을 잔뜩 부추겨 놓았을 뿐 그에 소요될 건축자재 공급대책을 외면해 버렸으니 말이다. 정부는 뒤늦게,그것도 건설협회의 건의에 따라 공공기관청사신축과 서해안개발사업중 급하지 않은 것은 공사를 뒤고 미루고 호텔신축허가도 유보시켜 건축자재난을 덜고,북한 시멘트 5천톤과 동남아에서 28만톤의 시멘트를 수입하며 철근 50만톤도 추가수입할 계획을 세운 모양같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허둥대는 행정의 구태는 언제쯤 사라질 것인가. 건축자재품귀로 값이 뛰면 집과 아파트값에 전가되고 써야 할 자재를 제대로 안쓰면 부실공사가 되어 결국은 실수요자인 국민들만이 피해를 입게 마련이다. 우리행정·우리정책의 깊이와 수준도 이제는 좀 높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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