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정부·여당은 우리가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고 규정하더니 오는 7일 종합적인 「난국극복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보도됐다. 난국이 쌓이고 쌓여 총체적 난국이 되도록 뒷짐지고 구경만 했던 것이 아니라면,허둥지둥 종합적인 수습책을 만들어 발표해야 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어쨌든 총체적 난국을 인식하고 그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뒤늦게나마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총체적 난국을 선언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허둥지둥 만들어낼 대책에 대해 걱정이 앞서는 국민의 입장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범새끼를 잡으려면 범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우리는 일러 왔다. 그만한 용기가 있어야 된다는 뜻이다. 지금의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면 그 대책도 어물쩡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상황의 뿌리에 손을 댈 만한 용기가 있고서야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표면화된 움직임으로 봐서 정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대충 짐작할 만하다. 증권시장을 부추기기 위해 금융지원의 길을 찾고,대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내놓게 하고,노사분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는 한편,공직자의 기강을 조이면서 국민의 협력을 호소하는등이 아닐까 짐작된다.
이런 대책들은 물론 당연히 있어야 될 조치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는 정부가 잊어선 안될 몇가지를 지적해 두고자 한다. 정부의 종합대책은 열이 오른 환자에게 반짝 열을 내리게 하는 아스피린을 먹이는 것 같은 대증요법이 돼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증권값 폭락세는 벌써 뜀박질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의 종합대책이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아스피린요법에 그친다면,국민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은 걷잡지 못할 것이다.
오늘의 위기상황이 어디에서 왔는가? 정부는 그 근본원인에 대해 정당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땅투기건,과소비건,물가건 근본적으로 대기업과 고소득층과 정부에게 대부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투기와 공직자의 기강을 잡는다고 송사리만 잡는 일이 있어서는 지금의 총체적 난국을 바로잡기 어려울 것이다. 또 지금의 난국을 국민의 인식부족으로 돌리려 한다면 사태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시용 아스피린요법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것은 또한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무책임한 단기대책의 남용이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지켜야 될 한계나 원리원칙은 지켜야 한다. 종합대책은 어디까지나 긴 눈으로 봐서 합당한 것이라야한다.
끝으로 정부·여당이 지금의 난국을 「총체적 난국」으로 보면서 국정의 궁극적 책임을 진 대통령이 아니라,국무총리가 「담화」를 발표한다는 보도에 의아하게 된다. 이 어려운 시기에 뚜렷한 사안도 보이지 않는 일본방문이 왜 반드시 있어야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여당이 지금의 상황을 정말 총체적 난국으로 인식한다면 그만큼 신중하고,국민에게 신뢰감을 줄 만큼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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