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백인의 입술들/더 이상 마르지 않게하라./탐욕스러운 백인의 눈물도/더이상 보지 못하게 하라./고동치는 백인의 심장이여/이제는 부디 잠잠하라」 제임스·미치너의 소설 「코브넌트」에서 한 흑인추장이 네덜란드계 백인들을 습격하기 직전 이런 즉흥시를 읊는 장면이 나온다. ◆17세기 중반 네덜란드인들이 그들의 식민지 인도네시아를 왕래하면서 중간기지로 삼은 게 케이프타운이고 그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계 백인들이 계속 이주,정착하여 나라를 형성한 것이 오늘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그 후손들은 그곳이 자기네 선조들이 처음 개척한 자기네 땅이라고 여긴다. 그래서인지 그들 스스로를 아프리칸(아프리카인) 아닌 아프리칸더,또는 아프리카너라 지칭한다. ◆당초 그 지역 원주민은 호텐토트나 부시맨이었다지만 역사가 분명치 않고 또 그 당시 인구분포로는 그곳에까지 사람발자취가 몰려들 정도가 아니어서 아프리카너들은 그 땅이 자기네 고향이고 영토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인의 땅. 인근지역에서 모여든 흑인들이 늘어 지금은 남아프리카공 3천3백만 인구의 약84%인 2천8백만명에 달한다. 그래도 백인지배를 고수하려는 남아공정부의 전통적 인종분리 차별정책때문에 분쟁이 끊일 날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2일 프레드릭·드·클레르크 남아공대통령과 흑인지도자 넬슨·만델라일행이 공식회담을 갖고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할것을 공동선언,지구상에 남은 인종차별의 마지막 그늘이 해소단계로 한걸음 가까워졌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생각하기 어려웠던 진전이다. 그러나 흑백간 각기 내부적인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현지의 완강한 백인 토착민들은 그들의 권익이 무너지는 것을 반대하고 무력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를 보인다. 그런가하면 흑인 극렬파는 흑인지배체제를 주장하여 백인과의 타협세력입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코브넌트」에는 어느 흑인들의 이런 대화도 있다. 「우리는 셰익스피어극을 감상하지 못했어」 「이 바보야 오셀로가 남아프리카에서 상연될리가 없어 오셀로는 흑인이야」해묵은 갈등이 어떻게 풀릴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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