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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일관성·강한 의지 보여야/경제위기 실체와 처방책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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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일관성·강한 의지 보여야/경제위기 실체와 처방책 진단

입력
1990.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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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판·재테크 몰두 인재탓 커/분규·과소비·원화절상등 겹쳐 더 증폭/경제주체도 「제몫자제」등 심기일전할때오늘같은 위기적 상황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란들이 있다.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데서 그 원인을 찾는 환경론도 있고 호·불황이 주기적으로 교차하게 마련인 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원인을 찾는 경기순환론도 있다. 또 경제관료들의 거듭된 오판과 실기,정책적인 실패가 오늘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고 보는 인재론도 있다.

경제의 환경이 달라졌다는 관점은 대다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선 국내적으로 볼 때 3공때도 볼 수 없었고 5공때도 경험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권력의 서슬이 시퍼렇던 권위주의적 통치가 종식되고 민주화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정부의 경제행정은 통제력을 잃게 됐고 생산주체인 기업인과 근로자,소비주체인 가계(일반 국민들)등 모든 경제활동의 주체들이 어지럽게 서로 충돌하며 「제목소리」와 「자기몫 찾기」에 열중,사회적 갈등을 빚어내게 됐다. 노사분규의 폭발과 과소비·투기등 경제적 아나키즘(무정부주의),경제질서의 문란과 가치규범의 붕괴등이 모두 그 부산물이며 이 때문에 나라경제 전체가 혼란과 위기에 빠져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겹쳐서 바깥의 환경도 급변했다.

공전의 호황을 가져다 주었던 3저의 호재는 사라지고 원절상압력에 통상마찰·수입규제등으로 한국의 수출시장은 세계도처에서 암초를 만나 수출이 더이상 성장의 엔진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안팎의 환경이 이처럼 달라졌으니까 국내경제가 일대 위기적 상황을 맞게 된 것도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이 환경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견해다. 경기순환론은 경제가 어떻게 만날 좋을 수만 있겠느냐 하는 비교적 소박한 견해다. 우리 경제는 88년 2월을 정점으로 해서 3년여에 걸친 장기호황국면이 끝나고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장기 하강국면에 놓여 있는데 이제쯤은 바닥(저점)을 기록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경기순환은 자유체제 경제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고 호황이 있었으면 불황이 또 따라오게 마련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상황이라는 것은 다소 과장이고 불황국면에 여러가지 정치·사회적 변혁이 겹치고 있을 뿐이라는 게 순환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견해다. 조순 전부총리를 비롯한 일부 경제관료들과 경제학자들이 이런 견해를 가졌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재론은 사람한테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지도자들과 장관을 비롯한 경제관료들,재벌총수등 재계의 지도급인사들과 경영인들을 광범위하게 한 데 묶어 이들의 책임을 묻고 비난하는 것이 인재론의 골자다.

경제에 대한 국가적 신념과 국민적인 자신감을 갖도록 하지 못하고 아무런 비전도 없이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대통령등 정치지도자들의 책임이고 하는 시책마다 실패를 거듭,국민들에게 실망감을 누적시키면서 오판과 실기를 거듭한 것은 경제관료들의 책임이며 3년호황시의 축적으로 기술개발이나 시설투자,해외시장개척이나 생산성향상등 장래 대비를 않고 땅투기와 주식투자등 손쉬운 돈놀이에만 몰두한 것은 재벌총수등 재계 지도급인사들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들 모두의 무사안일과 무책임·게으름·실책등이 겹쳐서 오늘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 인재론의 요지다.

무엇이 경제위기의 진정한 원인인가를 따지는 것은 그 자체가 또한번 무익하고 소모적인 논쟁만 유발할 위험성이 있다. 이 판국에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일삼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때일수록 한번 차분하게 위기의 실체와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확한 진단없이는 실효성있는 처방도 나올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론이 맞는가,아니면 순환론이 더 정확한 것인가. 또는 인재론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이도저도 아닌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인지.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그 모든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오늘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절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정부당국자가 그 말을 하면 믿는 사람이 별로 없는 이 지독한 불신풍조는 왜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정부가 무슨 대책을 발표하면 주가가 폭락하고 책임있는 당국자가 한마디 했다하면 한동안 숨죽이던 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했던 것은 뿌리깊은 불신풍조가 경제의 위기를 한층 심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증거들이다. 불신은 인재론의 범주에 들어가는 원인분석이다. 사실 많은 국민들이 「사람들의 잘못」에 대해 말들을 하고 있다. 인재론을 지지하는 쪽인 것이다. 환경이 나빠진 것도 사실이고 경기순환이 그렇게 됐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지만 역시 더 큰 잘못은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재론은 낙관적이다. 사람의 잘못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고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들과 경제관료들,재계인사들과 근로자·소비자·일반 국민 모두가 심기일전의 계기를 찾아서 마음을 고쳐먹고 자세만 바꾸면 의외로 쉽게 당면한 경제위기가 타개될 수 있다는 것이 인재론의 낙관적인 결론이다.【박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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