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본령이 국정을 바르게 이끌고 국리민복을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할 때 오늘의 이 심각한 난국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치권정치인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정치지도자들 스스로의 표현대로 현시국은 그 어느때보다도 위급하다. 나라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속에 뒤흔들려 국민들이 발을 구르는데도 정치인,특히 정치지도자들이 팔짱을 낀 채 딴전을 부려온 것은 직무의 태만이요,유기라고 할 수 있다.솔직히 말해 오늘날 국민들이 정치권정치인들을 보는 시각은 지극한 불만,불쾌감과 함께 냉소적임을 알아야 한다. 이 지경이니 정치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본래 정치지도자들은 국민보다 앞서서 상황을 판단하고 선택하여 이끌어 갈 의무가 있다. 그러나 물가앙등 증시의 곤두박질 수출부진 치안부재 무질서 격렬한 노사분규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길을 열어준 것이 없다. 오히려 정치권이 파쟁과 사심으로 방관아니면 공연한 부채질로 국민에게 불안감만 안겨준 것이다.
현난국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KBS사태 현대중파업소요는 말할 것 없고 경기침체와 민생등은 결코 돌발적인 사안들이 아니라 모두가 지난 봄부터 예견되고 인식됐던 것이어서 정치무능과 태만을 보인 거여에 대한 눈총은 더 따가워지게 된다. 진작부터 한차례 고비가 예고됐던만큼 창당작업을 연기하면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야 할 거여가 당권다툼 당직갈라먹기 경쟁으로 시간을 보냈고 아직도 싸움을 계속하고 있으니 14%의 최하위 바닥지지도는 우연한 것이 아닐 것이다.
난국이 심각한 지경에 접어들고서야 거여가 뒤늦게나마 위기인식과 함께 일부 대책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달라진 자세를 보일까에는 회의적임이 사실이다. 민자당의 한 고위간부마저 『당이 겨우 궤도에 오른 상태인데 참을성없이 너무 성급하게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등이 이런 회의를 더 짙게 한다. 지금이 그렇게 한가한 때인가. 온국민이 불안속에 난국을 걱정하는데 민자당은 몇년후 당이 완전히 모습을 갖춘뒤에나 국정운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인가.
사실 민자당은 1백일간 너무나 귀중한 시간을 허송했다. 지난 2월 합당대회로서 이미 창당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이제부터라도 매일 당무회의 의원총회 지구당위원장회의 정책회의 등을 열어 난국수습에 필요한 정책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게해서 거여가 심기일전의 새출발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편 야당평민당과 민주당(가칭)도 마땅히 같은 정치권으로서 난국의 책임을 함께 져야한다. 거여의 내분에 실망한 국민들이 야당에 시선을 돌렸을 때 야당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당면한 문제해결에 발벗고 나서기는 커녕 모두가 정부·여당의 책임으로 떠넘긴 채 야권의 주도권 장악에만 관심을 쏟지 않았던가.
이제 정치권은 여야의 입장을 떠나 난국수습에 앞장서야 한다. 5일∼1주일 기간의 임시국회라도 즉각 열어 난국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행정부를 독려한다면 오히려 국가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국회노동위와 외무위를 열고 7일에는 문공위를 열기로 했지만,지난번 KBS사태를 논의한 문공위처럼 서로 얄팍한 인기만을 의식,아무런 처방도 내지 못한 채 공방으로만 일관할 경우 실망과 불신만을 더할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절박한 시국에 정치인들은 그들의 각성과 헌신적 노력을 국민이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국민은 훗날 표로써 심판을 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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