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생 마직막기회”주시도대통령의 전격적인 지시에 따라 정부당국이 기업의 부동산사재기를 막기위한 묘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한 가운데 과연 정부가 이번에는 실질적인 투기봉쇄책을 내놓을 것인지,아니면 이번에도 역시 요란한 소리만 내다가 용두사미격이 돼 버리고 말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부처들은 지난달 30일의 대통령지시 이후 곧바로 실무준비작업에 들어갔고 여당인 민자당도 각종 회의등을 통해 『반드시 봉쇄하고 말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지금 정부대책의 뚜껑이 열리기도전에 이미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번에도 역시 소리만 요란한게 아니냐는 우려쪽이 우세한 편. 의구심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이유는 두가지.
첫째는 중간중간에 나오는 정부ㆍ여당의 대략적인 방안들이라는게 부동산투기가 문제될 때마다 등장하는 상투적인 단골메뉴로 꽉차있다는점.
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 처분은 이미 당연한 것인데도 마치 새로운 조치처럼 얘기되고 있고 기업의 토지보유실태 전산화 작업도 다 예정돼 있는 것인데 또한번 새삼스럽게 발표되고 있다.
업무용부동산의 심사기준 강화,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특별토지세 부과 등도 추진중에 있거나 벌써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난 재고품 들이다.
다 써먹은 이러한 내용으로 요란스럽게 엄포를 놓고 있으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고,결과가 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게 당연하다.
다만 기업의 부동산 취득허가제 등 몇가지 새로운 방안들도 검토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기대를 완전히 거둬야되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또하나는 부동산에 대한 기업의 엄청난 집착과 그에 따라 예상되는 로비. 기업의 부동산 집착에 대해서는 이미 중증의 단계에 접어들어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30대 주요 재벌그룹들이 새로 사들인 부동산만 해도 장부가액으로 2조4천4백억원어치. 이에 따라 이들이 지난해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13조1천3백91억원어치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는 특히 노사분규와 수출부진으로 대기업들이 부도위기에 몰릴 정도로 자금난을 호소했던 시기. 그런 와중에서도 부동산은 부지런히 사모아 L그룹의 경우엔 은행으로부터 1천억원의 긴급대출을 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골프장부지 25만평을 사들인 사실이 최근의 특별검사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기업들은 지금과 같은 풍토에서 땅을 사두면 무조건 남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다. 손쉬운 돈벌이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재벌들은 비업무용 부동산을 6개월이상 처분않고 보유하면 금융상의 불이익을 받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계속 비업무용 부동산을 장기보유하고 있다. 불이익 조치로 19%의 연체이자를 물더라도 땅값이 오르는 폭이 더 커 이익이 남게되므로 처분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들이 막강한 금력에 바탕한 거대한 반발을 서서히 제기,「기업 투자마인드의 위축」등의 명목으로 정부의 대책마련을 최종적으로는 껍데기만 남게 만들것이라는 분석이다. 거대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에 의해 정부정책이 알게모르게 바뀌어가는 것을 종종 보아온 사람들은 이번에도 예외가 되기는 어려운게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재벌들도 이미 자신들이 야기한 부동산투기의 부머랭효과 때문에 부작용을 겪고 있다. 땅을 많이 갖고 있으므로 땅값상승에 따른 이익을 챙기긴 했지만 값이 오른 만큼 새로 공장용지등을 구입할때 엄청난 돈을 더 들여야 하는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금액기준으로는 88년보다 34.4%어치를 더샀는데도 면적기준으로는 고작 88년의 42.1%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정부당국의 상투적인 떠들썩함과 재벌들의 막강한 로비력에 비춰볼때 섣부른 기대를 하기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가 우리경제를 붕괴시키고 있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사실때문에,또한 이것을 잡지 않고는 다른 경기부양조치들 마저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맥락에서 이번 정책마련이 경제회생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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