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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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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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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랄 일이 하도 많아,이쯤은 놀랄 일도 아닌 것일까. 며칠전 MBC의 카메라 출동프로를 본 시청자들은 충격이 아직 생생할 것이다. 으레 그러려니 했으나 정작 화면을 통해 보니 이건 해도 너무하다 싶다. 우리네 둔감성에 뒤통수를 때린 것 같다. 교통경관의 염치가 없어도 보통 없는 게 아니다. 염불보다 잿밥이란 말인가. 함정단속의 현장을 포착한 고발 카메라도 일품이나 경찰의 몰염치는 극치라 할 만하다. ◆위반 차량이 걸려들면 차창밖으로 면허증이 나온다. 그 뒤엔 꼭 고액권이 숨어 있다. 그것만 빼고 돌려주면 무사통과다. 거수경례까지 받으며 운전자는 기분좋게 내뺀다.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표현도 쓴다. 엄지와 인지로 동그라미를 그리면 옳다 됐다는 식으로 면허증을 내민다. 빳빳한 지폐가 있음은 물론이다. 주는 자나 받는 자는 함께 썩고 또 무감각하다. 교통질서는 이런 암거래로 무너져 간다. ◆경찰관의 직무를 짚고 넘어가자. 방법ㆍ경비ㆍ정보수집 등과 교통단속및 위해방지가 중요임무다. 이중 경비와 정보는 어떤지 모르나,방범과 교통단속은 F학점감이다. 그 원인이 이만큼 뻔한 데 속수무책인 게 오히려 이상하다.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하고 눈을 딱감아 버린다면 모를까,눈뜨고는 차마 못볼 부패가 죄의식조차 없이 자행된다. ◆주는 자가 나쁘냐 받는자가 나쁘냐는 도토리 키재기에 지나지 않는다. 교통질서를 깔아 뭉개고 돈으로 해결하려는 심보나,질서유지를 임무로 돈을 받는 파렴치나 그게 그거다. 양심과 도덕성의 상실을 수신교과서식으로만 나무라고 공허한 질책을 일삼을 수만은 없다. 카메라 고발의 현장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교통경찰의 부패는 우리 공직사회의 윤리성이 어느 수준인가를 단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부정과 부패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회전반에 만연된 무감각과 둔감이다. 아픈줄 알아야 병을 고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픈줄도 모르고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받는자 주는자가 같이 아픔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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