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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건강한 민의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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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건강한 민의들(사설)

입력
1990.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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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서울시지하철공사노조가 태업의 한 방법으로 강행한 「무임승차투쟁」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절대다수의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해버렸다는 보도를 보면서 우리는 「건강한시민정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먹구름처럼 이 사회를 뒤덮고있는 위기상황속에서나마 한줄기 햇살을 보는것 같은 안도감마저 느낄수 있었다.서울시 지하철공사 노조가 공사측의 단체교섭거부에 저항하고 정부가 KBS와 현대중공업노조원들의 농성을 경찰병력투입으로 강제해산한데 대한 항의및 공조투쟁의 뜻으로 1일 하오3시부터 2일 0시30분까지 한시적인 「무임승차투쟁」을 선언하고 나섰을때 시민들이 어떻게 대응할것인가는 우리의 적지않은 관심사였다.

지하철공사노조가 지난해 3월6일 총파업에 앞서 한수단으로 서울의 4개 지하철전노선에 걸쳐「무임승차」를 단행했을대 「공짜승객」이 85%에 달했던 쓰라린 체험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9시간에 걸친 「무임승차투쟁」에서는 하루평균승객 3백51만7천명중 9만5천여명,즉 2.7%만이 표를 사지않고 지하철을 탔다는 것이다. 수입결손측면에서보면 평균 하루수입5억8천1백만원보다 2.4%인 1천4백여만원이 준데 그쳤다고한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수없다.

노조측이 강권하는 「무임승차투쟁」에 시민들이 호응하지않았다는것도 그렇지만 『왜 당신들 멋대로 표를 팔지않느냐』면서 노사의 「무임승차투쟁」을 꾸짖는 시민들의 태도에서 지금 이위기의 모든 관련당사자들은 겸허하게 그시민들의 심중을 읽어야할것이다. 그리고 이기를 넘어선 위기극복에 나서야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혼돈과 무질서, 위법과 불법적 행동들이 판을 치고있다. 집단의 이익이라든가 집단의힘을 앞세우고 위법이나 불법을 넘어 차라리 초법적인 독선마저도 서습없이 자행하는 판국이 돼버렸다. 「6.29선언」이후,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사회각계각층의 욕구들을 적절히 수용할 제도나 사회적합의를 도출하지 못한채 2년10개월이 넘도록 과도기적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기틀을 뒤흔들어놓고 국기마저 위태롭게하는 집단행동이 민주화란 미명아래 밑도 끝도없이 자행되고 있는것도,구심점을 잃은 오늘의 위기상황도,너무 장기화되고있는 이런 과도기적 현상때문임은 물론이다.

어떤 사회에서도 특정집단이 모든 국민과 사회전체의 이익을 포괄적으로 대변할수 없는것이라면 산업현장의 노조든,운동권의 학생이든,재야든 이 사회의 각계집단은 자신들의 집단적행동이 사회전체에 주는 충격과 혼란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때가 이제는 왔다고 우리는 본다. 또한 국민들도 서울지하철노조의 「무임승차투쟁」에서 보여줬던 서울시민들의 냉철하고 분별있는 행동과 주인의식을 본받아 우리공동의 삶의 터전을 뿌리째 뒤흔들어 놓으려는 무모한 집단행동이나 다중의 힘을 앞세운 행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희구하는 바가 무엇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한다. 「무임승차투쟁」을 거부한 서울시민들의 용기있는 행동은 혼란기에 대처하는 국민적 행동양식의 모범이라 할만하기에 그 의미를 우리는 거듭 되새겨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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