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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법의 날/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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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법의 날/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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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불교의 심오한 종교적 사상을 불법 또는 법으로 표현한다. 그런 의미로 따지면 우리는 어제와 그저께 잇달아 「법의 날」을 맞은 셈이다. 지난 1일에 맞은 법의 날은 국가적인 강제로 실현되는 사회규범인 현실적인 실정법을 기념한 것이고,2일에 맞은 석가탄신일은 불교적 이상인 달마의 세계로서의 법을 기리는 것이었다.위기와 파국설 등의 어수선함으로 시절이 하도 수상하고 보니,양력과 음력기념일의 우연한 배열로 법의 날을 잇달아 맞게 된 것이 마치 오늘의 우리에게 내리는 무슨 교훈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마침 법의 날에 국민훈장을 받은 원로 법조인이 수상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흔히「법대로 하라」며 모든 일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잘못』이라고 되레 법만능풍조를 안타까워했던 것이 생각난다. 법조인이면서 법 이전에 도덕ㆍ상식ㆍ관습선에서의 문제해결을 먼저 역설하고,법이라는 글자가 「물이 흘러가는 듯하다」는 뜻으로 물이 평평한 곳에서 멈추듯 형평을 뜻함을 새삼 강조한게 오늘의 옹졸한 우리 법가들에 더할 수 없는 따끔한 교훈인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법가들은 법을 통해 신상필벌의 질서있는 정치를 주장,당시의 통일제국 성립에 공헌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법가들은 법에 앞서는 덕과 신뢰를 쌓지못해 법에만 매달리고서도 결과적으로 법질서가 더욱 어지러워지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불교에서의 법은 실정법과 차원이 달라 바로 불교의 중심관념을 뜻한다. 달마로도 불리는 법에는 인 덕 교 사물의 네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인은 올바른 인과 관계로 합리성과 진리,덕은 인간이 지켜야 할 윤리성과 정의,교는 부처의 가르침,사물은 제법무아를 가리킨다. 이성철종정이 이번에 법어로 『부귀허영의 꿈을 안고 날뛰는 어리석은 무리들이여,눈을 들어 본래불의 장엄한 세계를 보자』고 한 것도 수행과 개안­해탈과 구제의 불교법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어느 불교계 고승은 오늘의 분쟁과 갈등을 각자가 자기자신을 잊고 바깥으로만 헤매는 정신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먼저 남을 원망하기 전에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또 투쟁을 거두고 서로 양보하고 협조ㆍ화해해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도 실천하자고 강조한다.

같은 법이라는 말인데도 현실의 법과 종교의 법은 이처럼 그 뜻과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법의 극치는 불법의 극치」라는 예부터의 법언이 갈등과 투쟁과 무질서의 현실속에서 되살아나고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오늘이고 보면,두 법의 날이 우리들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법은 공정하고 공평하게 지켜져야 하는 것이지만 어차피 최소한의 물리적 질서를 보장할 뿐이라는 현실인식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그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서는 지도자나 국민모두가 법에 앞서 덕과 교와 신의 정신세계부터 다듬을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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