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소 「한국분단 오류」만회할 호기/미,철군ㆍ독재지원 실수/미의 공과 재검토,역할에 의혹/긴장의 판문점서 미ㆍ소 새 장 기대【워싱턴=이재승특파원】 최근 한국을 방문한 워싱턴 포스트 논설부주간 스티븐ㆍSㆍ로젠펠드씨는 1일자 신문에 게재된 「한국에서의 두번째 기회」라는 기사를 통해 지금이야 말로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상호협력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그는 2차대전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고 지적한후 세계질서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국은 한반도의 진정한 후원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두번째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기사의 요지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아직도 한국을 미군이 「정의의 군대」로 참전했던 마지막 전쟁터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추억은 점차 시대착오적인 향수병임이 입증되고 있다.
남쪽에서 민주화를 향한 변화가 진행중이고 북쪽에서도 김일성의 은퇴시기가 다가오는 상황변화에 따라 한국에서는 지금 미국과 소련의 공과를 냉철히 재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역할에 대한 한국내의 견해들은 다양하다. 그러나 독단적으로 38선을 책정함으로써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초래한 미국의 오류가 한결같이 지적되고 있다. 다소 차이가 있다면 좌파에서는 『미국이 자국의 전략목표만을 위해 해방후 남한에서 자생했던 좌익 대중세력을 분쇄하고 권위적인 보수정권의 수립을 지원했다』고 비난하고 있는 반면,우파에서는 섣부른 미군철수 결정을 발표함으로써 북한의 남침을 유발한 미국의 무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는 정도이다.
물론 한국인들은 북한의 남침을 막고 경제성장과 어느 정도의 민주화를 지원한 미국의 역할을 전혀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감사의 마음은 이제 분노와 의혹,민족적 자존심이 뒤얽힌 매우 복잡한 성격으로 변해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한반도 정세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중ㆍ소ㆍ일 등 인접 강대국들 간의 세력균형 유지를 위해서라도 미국이 계속 한반도 문제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훨씬 중요한 사실은 한국인들은 이제 그들의 문제를 보다 주체적으로 해결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이 그들의 국시인 남북통일을 추진하는데 자신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은 북한에 비해 약 6배의 경제규모를 지니고 있다. 방위능력도 미국의 부담을 상당부분 나눠질 수 있을 만큼 강화되고 있다. 민주화 또한 아직은 다소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스탈린식 전제정치를 고수하고 있는 북한에 비해 월등히 정통성과 합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경제력에서의 대북한 우위에 바탕을 둔 한국의 자신감은 미국의 분명치 못한 태도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노태우대통령의 통일정책을 승인하면서도 한편에선 북한과 중국 북경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누는 미국을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면서 한국인들은 「북방정책」의 한계와 취약성을 통감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노대통령이 군사적인 요소를 사회전반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도는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합치될 수 없는 강력한 중앙집권통제조치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반대를 국가반역 또는 북한의 사주를 받은 용공선동으로 몰아붙이는 일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이같은 이유로 상당수 한국인들은 정부가 통일에 대한 국민모두의 염원을 올바로 수용하려면 보다 많은 민주화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보다 유화적인 새로운 정권이 출현해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귀중한 두번째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종전후 자유를 찾은 한국민들의 민주주의와 통일에 대한 기대를 저버림으로써 첫번째 기회를 놓쳤다. 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40년을 소비한 끝에 마침내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부시 미대통령은 이와관련,『냉전의 긴장이 해소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우리가 그 동안의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찾을 때』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김일성 전제정권은 일견 구제불능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변화를 어렵게 할지라도 미국은 북한의 변화를 위한 노력자체를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충분한 경계가 필요하다. 판문점은 한치의 방심도 허용치 않는 긴장의 현장이다. 그러나 그곳은 미국과 소련이 특별한 외교정책을 추진함으로써 1945년의 실패를 만회하고 책임있는 한반도의 후원자 역할을 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동안 소련은 이미 한국과의 관계를 밀착시켜 왔다. 소련은 북한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제협력,88서울올림픽 참가 등을 통해 한국과의 정치적인 협력관계를 다지고 있다.
소련은 향후 3년간 주한 미군7천명을 감축하겠다는 미국측에 보답하기 위해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게 될 것이다.
통일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는 동서독의 생생한 경험과 동유럽국가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미소양국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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