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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력ㆍ도덕성회복 급선무/「총체적난국」 어디서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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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력ㆍ도덕성회복 급선무/「총체적난국」 어디서 왔나

입력
1990.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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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없이 정쟁일관… 불안확산/정책은 갈팡질팡 불신만 심화/항상 벼랑끝 몰려서야 「상황심각」 인식도 문제정부ㆍ여당이 급기야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한 한국사회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일까. 경제사회적 어려움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됐으며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무력감과 불안감은 어디까지 치달을 것인가. 현상황의 병인진단과 처방은 올바로 되고 있는가.

난국의 정체는 일시적인것인가,구조적인 것인가.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어느 하나 쉽게 답변할 수 없다는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시의 생리라고는 하지만 정부정책보다 루머에 전적인 신뢰성을 두고 널뛰듯하는 주가동향이 문제인식에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주가붕락은 KBS사태에서부터 이어지는 대단위사업장파업,공권력투입에 따른 연대파업,부동산투기ㆍ전월세값폭등ㆍ물가불안으로 이어지는 민생압박,사각지대가 만연한 치안 등과 같이 결과적 「현상」일뿐 원인으로 보긴 힘들다.

문제의 핵에 접근하는 의견은 다양할 수 있으나 특히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에 시선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력의 도덕성과도 직결되는 리더십빈곤문제는 사회각계각층의 욕구를 하나의 물길로 조정하는 「정치력」의 부재현상을 가져왔으며 또한 역으로 국가의사결정에서부터 노조등 주요사회조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도력혼란상황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6공출범후 5공청산ㆍ정계개편등에서 보여준 정치권력의 파행적 행사와 정치권의 이해다툼은 국민들을 「소모적」 정쟁의 볼모로 삼으면서 사회적 불신감만을 조장해왔다는 얘기도 있다. 집권당자체조사의 지지도가 10%선에 머물고 있다는 충격적 사실이 에피소드로 이해되는 역설적 현실진단도 있다.

이같은 난맥상의 1차적 책임은 정치지도자에 돌려질 수밖에 없으며 이중에서도 특히 지도력의 공백과 혼선사이를 왔다갔다해온 정치권력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국민의 정치감정과 괴리된 「신사고」를 내세우며 「구국적결단」 「명예혁명」이란 수사를 동원했던 「민자호」의 좌초상태는 어차피 겪어야 할 한번의 시련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른바 신정치질서의 형성기반도 갖추지 않은채 기존 정치질서를 와해시킴으로써 정치권의 문제해결능력을 스스로 상실한 점이다.

돌이켜보면 6공출범후 형성된 여소야대정국이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힘의 대치상태를 내재했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형국은 예산ㆍ법안등 민생현안처리에서부터 5공청산등 정치현안에 이르기까지 항상 「벼랑끝논리」가 통용되는 상황을 초래했고 아울러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정치권의 이기주의를 노골화시켰다는 지적이다.

5공과 6공을 가르려는 현 정권초기의 여권내 파워게임은 나름의 권력적 정당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2년여에 걸친 5공청산논쟁은 어정쩡한 결과만큼이나 과정의 소모적 성격때문에 여론의 의구심을 자아내왔다.

또 한차례 벼랑끝상황서 5공청산의 정치적 매듭이 이뤄졌음에도 국민들간에 이에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은 이같은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바꿔말해 몇몇 인물의 처리로 문제를 단순화시킨 정치권의 문제제기방식과 이에따른 편법적 해결방식이 초래한 불신이 오늘의 사회상황을 보는 여론의 바탕에 잠재돼 있다고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4당체제로는 정국의 파국을 면할 길 없다』며 1노2김의 「담합」에 의해 출범한 민자당이 기득권 포기라는 명분을 내팽개친 채 당권과 지분을 겨냥한 내분으로 오히려 국정의 불안정성을 확산시켰다는 대목이다.

힘만 가졌을 뿐 적절한 힘의 행사패턴이 파행적일 수밖에 없음은 예견된 일이지만 이로써 야기된 정국의 불안정성은 정치지도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회의차원을 넘어서 뿌리깊은 불신으로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36% 남짓한 지지위에 출범한 현 정권이 합당직후43%(자체조사)의 지지를 얻어낸 것은 정치질서의 재편을 바라는 욕구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긴 했다. 그러나 석달여만에 「절대적」 민심이반현상을 초래한 현 국면은 현정권의 국가관리능력에 치명적 의문을 제기힌 결과라고 볼 수있으며 향후 사태의 방향이 어떠하든 신뢰성의 원상회복이 사실상 불가함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때문에 현정국상황을 『정권적차원을 떠난 체제적 위기』로 규정하고 있는 정부의 진단이 얼마만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지고 보면 작금의 상황도 항상 문제를 극한상황으로 몰아가 「어쩔수 없는」 결론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해온 정권운영의 타성에 기인한 측면도 적지않다. 체제적 위기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클수록 이에 비례해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을 탓하는 냉소적 시선도 높아지는 현실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또 하나의 지적은 6공정권이 중간평가를 취소한 것을 포함,민자당정권이 금융실명제를 유보한 것 등 이른바 대국민주요공약사항을 하나같이 외면해 왔다는 점에서 정책의 신뢰성 또한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처럼 「정치력」과 「정치실행력」등 집권의 양날모두에 이가 빠져버린 상황의 반전은 무엇보다 정치지도자들의 정치력과 도덕성 회복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현재의 경제 사회적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치지도자들의 진실된 「마음비움」에서 타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차기대권이니 대통령의 통치기반강화니 임기 및 퇴임후 보장이니 하는 문제들이 정치행위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인데도 앞뒤를 뒤바꿔 생각해온 게 오늘의 문제를 얽어낸 요인이라 봐야 할 것 같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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