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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통일과 유럽 신평화 질서(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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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통일과 유럽 신평화 질서(특별기고)

입력
1990.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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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통합은 얄타체제 붕괴의 귀결/「통독거대화」불식따라 실현성 제고/이원명 한국일보 통일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정치학박사유럽대륙은 지금 미소 두 초강대국을 정점으로 한 전후얄타체제의 잔해속에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대혁명이래 유럽인들이 오래 꿈꾸어온 「유럽합중국」에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을는지는 아직 의문이지만 지난 4월28일 유럽공동체(EC) 12개국 더블린 정상회담이 독일통일을 바탕으로 하는 유럽정치 통합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본것은 아무튼 전후유럽사에 새로운 장을 펼치는 일이다.

주지하듯이 EC 회원국사이에서는 그동안 독일통일이 EC 통합에 장애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비등했었다. 특히 역사적으로 독일과 구수지간이었던 이웃 프랑스는 EC 울타리너머 중부유럽 지역에서 장차 대두될 수도 있는 통일독일의 정치경제력을 기축으로 하는 소위 중부유럽 블록의 형성가능성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었다.

그러나 지난 3월말 서독 콜 서독총리가 통일후 독일의 핵무장에 반대한다는 서독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통일독일이 유용할 경우 프랑스의 핵우산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시사,60년대초 드골이래의 독불협력 동맹체제가 다시 되살아 났다. 이리하여 파리와 본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EC가 유럽 지붕아래에서의 독일통일을 적극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브뤼셀의 EC위원회는 서독 기본법 23조에 의거한 통독방식을 찬성하고 EC규정의 개정없이 동독지역을 EC에 통합시키는 소위 3단계 동독편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방안에 의하면 제1단계는 임시단계(Interimsp­hase)로서 동서 양독의 통화단일화와 함께 시작된다. 지난 4월24일 본에서 개최된 동서독 정상회담에서 서독 콜 총리와 동독 드메지에르총리가 양독간 통화의 교환비율을 원칙적으로 1대1로 할 것을 합의,오는 7월2일을 기해 양독간의 통화ㆍ경제ㆍ사회통합을 실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동독지역의 EC편입은 이미 시작되었다 하겠다. 물론 동독은 기존의 경제사회 체제를 질적으로 과감하게 변경전환함으로써 EC의 공동시장 경제체제 및 법질서 체계속에 편입될 수 있을 것이다. 동독지역의 EC편입과 동시에 동서양독간의 체제연합도 신속히 이루어질 것이다.

이는 독일인의 입장에서 보면 통일에의 실현과정이지만 유럽인의 자세에서 보면 동구에로의 EC 확대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임시조정단계를 거친후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제2단계인 과도단계 (Uebergangsphase)로 진입한다. 이 과도단계에서 유럽 지붕아래에서의 동서양독간 정치적 통일이 이루어지고 그 후 마지막 단계인 제3단계에서 동독지역은 명실공히 EC에로의 완전통합을 이룩하게 된다.

이와 같은 동독지역의 EC편입과 이를 토대로하는 EC정치통합에 대한 합의의 근원적 배경은 물론,소련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로 야기된 동구대변혁과 이에 따른 전후얄타체제의 붕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소 두 초강대국을 정점으로한 전후 유럽분단의 얄타체제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전유럽 안보체제를 창출함에 있어서 프랑스 미테랑대통령은 『EC가 장차 정치통합을 통해 주역을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독불동맹체제를 바탕으로 하여 프랑스가 새유럽 질서형성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서독 역시 독일통일을 위요하고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미소 두 초강대국간의 날카로운 정치ㆍ군사적 이해대립을 피함과 동시에 동서양독간 정치통합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프랑스 또는 EC와의 긴밀한 협력체제가 필요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주지하듯이 현재 독일통일에 있어 결정적장애가 되고 있는 변수는 통일된 독일의 정치ㆍ군사적 지위문제에 대한 미소간의 의견차이이다.

즉 미국이 통일된 독일이 미국의 대유럽 이해관계와 주변국들의 안보를 위해 나토에 귀속될 것을 주장하고 있는가 하면,소련은 궁극적으로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양동맹체제를 해체시키고 통일된 독일이 비무장 중립화 하거나 이것이 어려울 경우 통일된 독일은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동시 회원국이 될 것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같은 통일독일의 군사적 지위에 대한 미소간의 극단적인 의견대립 사이에서 서독 겐셔외상은 『통일된 독일이 나토에 잔류하되 나토군은 동독지역에 주둔하지 않는다』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절충안에 대해 동독정부 역시 원칙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드메지에르 총리는 지난 29일 모스크바를 방문,고르바초프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후 『동독은 나토에 전략적ㆍ구조적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통일된 독일이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련이 제시하고 있는 통일독일의 중립화안에 대해서도 『중립이란 세계 블록형성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독일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통일된 독일의 정치군사적 지위문제를 둘러싼 미소간의 의견대립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오는 5월초 개최 예정인 독일 통일문제에 관한 동서독과 미ㆍ영ㆍ불ㆍ소 등 2차대전 전승국간의 이른바 「2+4」 회담에서 모색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것은 어떻게 하면 전후 확보한 미국의 대유럽 기득이익과 소련의 역사적안보 이해관계를 보장하고 동시에 독일주변국들의 통일독일 위협에 대한 경험적 우려를 제거해 주느냐 하는 것이다. 전후 유럽분단의 냉전체제에 입각한 「팍스 아메리카나」 또는 「팍스 소비예티카」 의 시대가 종식된 지금,독일통일과 이를 바탕으로 한 유럽신평화 질서형성은 어느 누구보다도 유럽인 스스로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서독 콜 총리와 프랑스 미테랑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동독의 편입,다시말해 독일통일을 전제로한 EC정치통합은 충분한 근거와 현실성을 갖고 있다 하겠다. EC의 정치ㆍ경제통합의 실현이 진척됨에 따라 동서유럽을 모두 포괄하는 전유럽 신평화질서도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독일통일과 유럽대통합의 세계사적 전개과정이 동아시아 냉전체제 극복과 한반도 통일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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