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사악재”강경과시/수습노력 원점으로… 당분간 파행 불가피/정부사원 장기화부담,태도변화 가능성신임 서기원사장의 퇴진을 둘러싸고 20일간 파행방송을 거듭해온 KBS사태가 결국 30일밤 공권력재투입 사태를 맞았다.
그러나 이는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의지과시와 농성노조원들의 해산일뿐,사태의 본질인 서사장퇴진과 방송정상화 문제는 계속 혼미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공권력의 재투입은 지난달 12일 1차 경찰진입이후 이날까지 진행돼온 정부와 KBS노조간의 협상,KBS를 살리기 위한 사회각계의 노력을 완전히 백지화시켜 이제 해결책은 가늠하기가 힘들어 졌다.
또한 비대위간부에 대한 수사ㆍ구속사태와 함께 경찰력이 당분간 KBS안팎에 남아 시설보호와 집회저지에 나설 것으로 보여 강제해산에도 불구하고 긴장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여일간의 농성과 협상과정에서 노출된 KBS사원들과 간부와 평사원,비대위와 노조원간의 갈등 역시 쉽게 치유하기 힘든 불신의 골을 파 놓았다.
더욱이 지난달 1차연행노조원들을 당국이 전원 훈방조치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핵심간부에 대한 사전구속 영장까지 발부,사법처리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이상,구속자 석방요구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해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사원들이 방송제작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KBS의 파행방송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간부들이 일선사원들에 대해 우선 제작참여를 설득한다 하더라도 동료들의 구속이란 부담감때문에 선뜻 제작에 나서기도 힘들게 됐다.
MBC 등의 동맹제작거부,언론사 노조간의 연대투쟁,KBS사원들이 원하든 원치않든 5월 노사분규의 상징이 된 현실 역시 조속한 방송 정상화의 기대를 힘들게 하고 있다.
본부장과 실ㆍ국장대표들로 구성된 방송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는 연일 회의를 갖고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같은 분위기에서 일손이 잡히겠느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발생초기부터 일반노사분규와는 다르게 KBS사원과 정부와의 대결양상을 보인 KBS사태가 이같은 위기로 치달은 것은 양측이 양보할수 없는 선에서 극한대결을 벌여온 데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KBS 노조는 서사장의 퇴진을 방송민주화 차원에서 고수,선퇴진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타협이나 중재보다는 서사장문제는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법과 국권수호 차원에서 결코 철회할 수 없으며 공영방송의 제작거부는 용납할 수 없는 불법행위라고 못박았다.
28일 김용갑씨의 중재 자청은 결과적으로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공권력투입을 재촉한 셈이 되고 말았다. 명확한 자격을 밝히지 않은 김씨와 비대위간의 막후절충은 계획에 없던 사원총회 찬반투표로 이어져 방송정상화 거부를 재공식화 하고 말았다.
그러나 김씨의 중재전에 일부사원들간에 방송정상화 우선 의견도 적지않았던 만큼 일단 분위기가 진정되면 방송이 본궤도를 빨리 찾을 여지도 남아있다. 파행방송이 너무 길었던 만큼 일단 일터에 복귀한 뒤 서사장퇴진을 계속 관철하는 쪽으로 투쟁방식을 바꿀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집무실에 복귀한 서사장이 자신의 사퇴와 관련,어떤 입장을 보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서사장으로서는 일단 사태를 원만히 처리하지 못하고 방송사상 유례없는 언론에 대한 물리력을 초래한만큼 책임과 부담이 보다 더욱 커졌다는 점에서 태도의 변화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또한 정부로서는 일단 확고한 의지를 천명한 이상 강경대응방침에서 선회,재협상의 창구를 찾아 가장 시급한 방송정상화를 모색할 수도 있다.
어쨌든 KBS에 대한 공권력의 투입은 여러가지면에서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변이나 국가비상 사태에서나 있어온 국가권력의 언론사장악으로 정부와 언론과의 관계가 미묘해졌다. 6공이후 활발하게 언론계에서 추진돼온 이른바 「언론민주화 운동」이 KBS사태를 계기로 어떤식으로든 영향을 받게됐으며 그 첫신호로서 나타난 것이 MBC 등 방송사의 동맹제작거부이다. 또한 각 언론사 노조와 평기자단체들이 잇달아 항의 성명을 내고 있어 정부와 언론과의 대립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KBS사태는 방송사내부만의 문제를 뛰어넘어 산업계는 물론 사회전반에 상당한 충격과 영향을 파급시켰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메이데이」 하루전에 정부가 취한 극약처방은 현재 노사분규가 점차 확산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산업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악재」가 됐고 특히 순조롭지 않을 5월정국의 추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보인다. 또한 경제난국과 함께 사회전반에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결과가 됐다.【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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