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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민병용특파원 현지르포(1년반만에 다시 본 평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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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민병용특파원 현지르포(1년반만에 다시 본 평양:중)

입력
199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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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선거는 4년만의 축제/가수동원 춤·노래 흥돋워/99.78% 투표에 백% 찬성/투표앞서 김부자 초상화에 경의 표해북한의 선거는 우리제도와 퍽이나 달랐다. 지난 4월22일 최고인민회의 제9기 대의원선거를 직접 평양에서 취재하면서 유권자의 99.78%가 투표를 하고 1백%의 찬성표를 얻어 당선되는 것을 보고는 다시한번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와 같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도 4년만에 한번씩 치러진다. 그러나 각 선거구에서 후보자는 꼭 한명만 추천을 한다든지 때로는 지역연고권을 무시하기도 하고 정당추천이 없다는 것 등이 크게 달랐다. 또한 「모두다 찬성투표하자」는 구호와 투표장 앞에서는 한판 춤과 노래의 잔치가 벌어지고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밑에서 경의를 표하고 투표하는 것을 보고 우선 놀랐다.

지난 10일 기자가 평양 시내에 도착했을때 이미 「경축·선거,모두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 참가하여 혁명주권을 반석같이 다지자」 등 포스터와 붉은깃발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매일 전국 6백87개 선거구에서는 노동자·농민·근로인텔리·군인 등 후보추천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극장에서는 「새 정권의 탄생」·「내나라」·「이 세상 끝까지」 등 예술기록영화를 상영하며 선거분위기를 고조시켜 갔다.

제205호 낙원선거구에서는 김일성을,제575호 무산선거구에서는 김정일을 대의원후보로 추천했다고 크게 보도했다.

특히 최고인민회의 제9기 대의원선거는 동구권 자유화 바람에 대비하느라 7개월을 앞당긴 것이라든지,이번 선거후 주석이나 부주석 등 김정일에게 권력이 이양될 것 같다는 예상도 있었으므로 기자는 더욱 취재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4월22일 투표날은 4월15일 김정일 김일성 생일날에 이어 다시 전국적인 휴일로 지정되었다. 상오 9시30분 머물고 있던 평양호텔에서 안내원과 함께 제9호 경상선거구에 속한 평양시 중구역 대동문동 5분구 투표장으로 나갔다.

약 2백50명의 유권자는 물론,어린이 등이 모인 대동문 인민학교 운동장에는 벌써 한판 노래잔치가 벌어져 있었다. 이 지역 대의원후보자는 김옥심. 그는 옛 화신백화점 자리에 다시 세워진 평양 제1백화점 지배인(우리식은 사장)이었으며 이번에 2선을 위해 추전을 받았다는 것이다. 가슴에는 김일성 훈장을 달고 있었다.

우선 대의원후보가 된 소감을 물어보았다.

『이 지역과 당을 위해 힘껏 일하겠어요.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다시 대의원 후보로 추대해주신 이 지역 유권자와 주석께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투표시간은 상오 10시부터 하오 8시까지인데 대부분의 유권자(17세이상)는 정오까지는 다 마친다고 했다.

다시 제12호 동성선거구 제44분구 투표장으로 향했다. 대의원후보자는 남상락. 「선거장」이라고 쓴 붉은 바탕을 다시 꽃으로 수를 놓았으며 경축이라는 오색의 등이 달려 있었다. 이미 투표자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렸고 밖에는 가수들과 밴드가 동원,나라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갔다.

한 투표자를 따라서 직접 투표장 안으로 들어갔다. 투표자는 입구에 앉아 있는 선거관리위원 앞에서 국민증을 내고 명단을 확인한다. 이어 후보자의 이름이 하나만 쓰여 있는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다시 조그마한 방으로 들어간다. 이곳이 바로 투표장소. 벽위에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북한기가 내리워져 있다. 그 바로 아래 흰색의 투표함이 있고 양옆에는 진달래 화분이 나란히 놓여 있다. 받아들고 온 투표용지를 이 함에 넣어 찬성을 표하는데 그 전에 두 지도자의 사진에 인사를 하는 것이 상례. 물론 투표함 뒤에는 반대를 할 수 있는 연필과 작은 상도 놓여 있다.

추천된 대의원후보라도 반대할 의사가 있으면 X자를 이름에 그어서 함에 넣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지역에서 충분한 토의를 거쳐 추천된 후보라면서 아직 단 한명도 반대를 표한 적이 없다. 밖에서는 계속 「우리의 대의원을 뽑는 경사날」이라며 할머니부터 대학생까지 춤판이 계속되며 투표자의 흥을 돋워주는 것이 4년만에 한번 있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날의 모습이었다. 너무나 단순한 찬성투표에 혹시 투표자가 지루하고 무미건조해할까봐 잔치처럼 분위기를 고조시키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날 하오 2시 중앙선거위원회(위원장 계응태)는 「외국과 먼바다에 나가 있는 투표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투표를 마쳤다. 병약자와 노인을 위해서 이동투표함이 설치,투표를 했다」고 라디오를 통해 뉴스를 알렸다.

다시 24일자 노동신문은 중앙선거위원회 발표라며 「1백% 찬성으로 대의원 후보자 6백87명이 모두 당선되었다」고 보도.

주체과학원의 박창곤 교수는 『곧 열리는 제9기 대의원 1차회의에서는 주석의 시정연설을 듣고 2차회의는 인민경제계획을 정식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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