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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소동/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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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소동/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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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우리 식탁에도 오르는 서양채소중에 브로콜리라는게 있다. 우리말로는 모란채로 불리기도 하는데,식물학적 분류로는 겨자과꽃 양배추속이다. 식물의 꽃이 밀생하여 생겨난 울퉁불퉁한 덩어리형상인데 상추 쑥갓 등에 익숙한 우리 입에는 좀 질기고 감칠맛도 없게 느껴진다. 그러나 육류를 즐기고 채소나 섬유질섭취가 적은 서양 사람들에게는 몸에 좋은 채소로 꼽힌다고 한다.그런데 얼마전 미국정가에서 난데없이 브로콜리소동이 일어 세계적 화제가 됐고 지금까지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게 흥미롭다.

소동의 발단은 지난 3월 부시 미대통령이 전용기 기내식에 더이상 브로콜리를 내놓지 말라는 추방령을 내린 사실이 가십으로 보도되면서 부터인데,당시 언론은 8년간이나 그늘속의 부통령으로 자존심을 삼켜온 부시가 이제는 대통령으로서의 입맛을 내놓고 즐기는 모양이라고 브로콜리 추방령을 빈정댔던 것이다.

돼지고기 껍질튀김 등은 스낵으로 즐기면서 야채를 유독 싫어하는 부시는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어려서부터 그걸 싫어했는데 어머니가 억지로 먹게했다. 이제 대통령이 됐으므로 더 이상 먹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가벼운 농담같이도 들리는 그 추방령이 대단한 반향과 소동을 일으켜 버렸다고 한다. 많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대통령이 말을 잘못했다. 미국의 부모들이 야채를 잘 먹지않으려는 자녀들에게 이제 무슨 말을 해야할 것인가』고 탄식했고,실없는 한마디에 대타격을 입게된 브로콜리 재배농민들도 항의의 표시로 10톤의 브로콜리를 여러대의 트럭에 실어 백악관으로 보내는 소동을 빚었던 것이다.

일이 이처럼 꼬여만 가자 대통령인 남편의 인기를 걱정한 부인 바버라가 수습에 나서 『남편도 60세가 될때까지는 브로콜리를 먹었다. 어린이들에게도 대통령처럼 60될때까지는 먹도록 권하라』고 말했다.

부시 스스로도 『브로콜리를 좋아하는 유권자 여러분,집사람은 지금도 그걸 여전히 좋아한다』고 궁색한 발뺌을 했던 것이다.

더러는 비록 브로콜리 추방령일망정 대통령이 과거의 소극적 자세 에서 벗어나 단호한 의사표시를 하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미국시사만화에 리투아니아로 진격하는 소탱크대열에 브로콜리나 뿌리고 있는 무책의 부시모습이 등장하는 걸 보면 윗사람의 한마디 여파는 상상밖으로 엄청난 것임을 우리는 남의 나라 경우에서나마 실감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사실 이솝우화에도 어린이들의 가벼운 퐁당 퐁당 돌던지기가 연못속의 개구리들에게는 삶과 죽음의 중대문제라는 얘기내용이 있다.

연쇄폭락ㆍ공황기미의 증시형편 인데도 용감무쌍하게 『부양책 안쓴다』고 공언,동냥도 못주면서 쪽박마저 깨고 있다는 우리의 「정신나간 사람들」이 요즘 푸짐한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 분들에게 이솝의 조약돌이나 부시의 브로콜리를 타산지석의 선물로 보내자는 소리마저 나오면 어쩌나…. 참걱정도 팔자인가보다.

★편집자주=본란을 교대로 담당하던 황소웅편집부국장이 해외출장으로 당분간 못쓰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황부국장 차례엔 본란을 휴재하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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